의협연구원장 “젊은 엄마들, 브런치 즐기려 병원 오픈 시간에 몰려들어” 일갈

“여성, 진료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연합뉴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최근 문제시된 소아과 오픈런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병원 문 여는 시간 어린이 환자가 몰려드는 현상을 두고 “젊은 엄마들이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려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든다”고 일갈했다.

 

낮 시간엔 비교적 한산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 원장은 앞선 4일 발간된 의협의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시론을 올렸다.

 

우 원장은 시론에서 “소아과 오픈런은 저출산으로 소아 인구가 줄면서 의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에 더해 “게다가 젊은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진료가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졌고, 직장인 엄마들이 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는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계간의료정책포럼 제21권 2호 갈무리

실제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 받으러 온 9세 어린이를 돌려보냈다가 ‘진료 거부 민원’을 받은 한 병원이 소아과 진료를 중단하기로 한 사례가 있었다.

 

병원 측은 원칙적으로 ‘응급진료를 제외한 보호자 동반을 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원을 제기한 부모는 “아이가 아픈데 진료를 거부했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이를 지역 맘카페에 올려 눈총을 샀다.

 

그런가 하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 자녀가 발작 증세로 병원에 실려갔으나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는 “소아과 의사가 없고 진료가 불가능한 시간임을 119에 사전에 공지하고 대원에게도 전화로 알렸다. 해당 부모가 다른 병원을 두고 무려 20km 떨어진 병원에 찾아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진료 접수를 받는 병·의원이 늘어나면서 소아과의 '오픈런'·'무한 대기' 현상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기조차 힘들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소아과의 진료 안내 전광판을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이름 옆 노란색 표시가 있는 환자는 '똑닥' 이용자인데, 1시 52분에 도착한 아이는 미이용자라 아직 대기 중이고 3시 5분에 도착한 애는 똑닥 써서 먼저 들어갔다. 아픈 애들 데리고 뭐 하는 짓이냐"고 토로했다.

 

'똑닥'은 모바일 진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으로, 스마트폰으로 미리 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순서에 맞춰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7년 출시 이후 7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1만여 개 병·의원과 제휴를 맺고 있다. 당초 무료였지만 지난 9월부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유료로 전환돼 매달 100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순식간에 예약이 끝나버리는 소아과의 경우 현장 접수로는 사실상 진료받는 것이 불가능하고, 똑닥 만으로 예약 접수를 받는 병원도 있어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진료받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