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소수 대란 우려, 공급망 안정 기할 근본 해법 찾길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관세 당국이 최근 한국으로 가는 산업·차량용 요소의 세관통관을 보류한 데 이어 중국 비료업계는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아예 중단할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수출량은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1년 9월 중국의 요소수 수출규제 탓에 화물차, 건설장비가 멈추고 농업용 비료와 발전, 철강 등 주요 산업까지 타격을 받았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정부는 국내 확보물량이 3개월 21일분이어서 2∼4주치밖에 없었던 2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이번 조치에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는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의 수출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대란을 피할 길이 없다. 국내 주유소와 매장에서는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부 요소수 제품값이 폭등세를 빚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긴급회의를 열어 6000t 규모인 차량용 요소의 공공비축물량을 두 배로 늘리고 기업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수입을 다변화할 때 지원금 지급 등을강구하기로 했다. 뒷북대응이다. 정부는 재작년 대혼란을 겪은 후 수입 다변화를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올 1∼10월 중국산 수입 비중은 차량·산업용의 경우 92%에 달한다. 2021년 83%에서 지난해 72%로 낮아졌다가 다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요소 수입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단기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수급불안이 반복되는 만큼 2010년대 초 경제성이 없어 포기했던 요소 생산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중국은 요소 외에 배터리 핵심소재인 흑연이나 희토류 등 희귀자원 통제로 한국을 언제든지 옥죌 수 있다. 지난해 수입액 기준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큰 핵심광물 33종 가운데 25종의 3대 수입국이 중국이다. 우리 경제의 생명줄인 공급망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정부는 14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국가들과 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외교적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이 와중에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총괄하는 위원회 설치, 안정화 기금 마련 등을 담은 ‘공급망 안정화 지원법’이 1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치권은 서둘러 지원법을 통과시켜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