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사퇴한 지 닷새 만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는 업무 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그리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보훈부 차관에는 제2연평해전 승전 주역인 이희완 해군 대령을, 교육부 차관에는 오석환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한 건 방송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정책 공백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밀려 임명된 지 3개월여 만에 물러나면서 방송 개혁에 일정 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까닭이다. 이 전 위원장 사퇴로 방통위에는 이상인 부위원장 홀로 남아 있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과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한데, 과반은 복수 상임위원을 전제하는 탓에 1인 체제로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방송 개혁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후보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방송이나 통신 분야 관련 경력이 전혀 없다. 방통위에는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YTN 매각과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종편 재연장 문제 등이 그런 사안들이다. 방송을 잘 알고 있어도 순탄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방송 경험이 전무한 김 후보자가 방통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이 “방송 장악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이라고 비난하면서 지명 철회를 촉구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측근 편중’ 인사가 재연된 것도 문제다. 김 후보자는 중수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선배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김 후보자를 꼽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적 영역에 능력과 자질을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을 발탁하는 인사가 계속되면 판단도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그러면 정부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고 결국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