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에 제안 하나를 내놨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 0 달성을 의미하는 넷제로(탄소중립)에 원자력발전과 청정수소 등을 포함한다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세계적으로 확산하자는 것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COP28에서 무탄소 연합인 CF연합 주도로 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위한 원탁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는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압달라 목싯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사무국장 등을 비롯해 삼성전자, 포스코, 미국 전력연구소(EPRI) 등 30여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인 ‘RE100’에 재생에너지 외에도 원전, 청정수소, 탄소포집·저장(CSS) 등의 무탄소 에너지원도 인정하는 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제안했다.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양이 부족하고 가격이 비싼 산업 구조를 고려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CFE로 확대되면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의견을 냈다.
◆탄소배출에 원전 포함 논란 계속
과도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기업에서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전 세계의 공통적인 목표다. 하지만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보느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재생에너지로 전력 사용을 충당하는 RE100과 달리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 등으로 충당하는 캠페인은 ‘CF100’이라 불린다. 2014년 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시작된 RE100에 원전 등을 추가한 것이다.
CF100은 RE100에 비해 현실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적고 원전 비중이 높은 한국에 비용 부담도 적고 유리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확보와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의 문제가 있는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원전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속도를 맞출 수 없기에 기후위기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캠페이너는 “원전 건설에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든다”며 “IAE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약 10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건설이 오래 지속되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한 반면 시간을 단축할 시 안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원전을 확대해 화석연료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의 주된 반대 이유로 꼽힌다. 장 캠페이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부지 확보 문제가 있다”며 “현재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은 거의 포화 상태로 내진 설계나 외부 충격에 대비되지 않은 임시저장시설로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려는 계획”이라 지적했다. 이어 “올해 3월 독일 국립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손실이 최대 약 9000억 유로(약 1천245조원)에 이를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며 “2030년과 2050년 탄소 누적배출량 목표와 관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환경보호와 경제손실 방지를 위해) 우선”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