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환대받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두 나라를 찾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중동 지역 내 영향력 강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 카사르 알 와탄에서 예포 21발과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백·청·적색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는 군용기의 비행 등이 포함된 환영행사로 푸틴 대통령을 맞았다. 알 나하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불렀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에너지 산업과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 관해 주로 논의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미국 외교의 실패’라고 비난하면서 이·팔 양측과 모두 우호적 관계를 가진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두 나라 순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전인 2019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 외 해외 방문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에는 중국과 옛 소련 국가만 찾았다. 이번 순방 기간 푸틴 대통령 전용기는 수호이(Su)-35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았다.
UAE와 사우디는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이지만,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같은 산유국으로서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ICC 서명국이 아니어서 ICC 체포영장에서도 자유롭다.
특히 그가 UAE를 찾을 당시 두바이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려 대러 제재를 주도한 서방 국가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측도 참여하고 있었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푸틴 대통령 순방에 관한 질문에 “그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를 무기화함에 따라 유럽의 대체에너지 전환이 가속했다”고 비꼬았다.
미국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안나 보르시체프스카야 선임연구원은 NYT에 “서방은 푸틴을 ‘왕따’로 여기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를 환영한다”며 “러시아의 외교는 서방 외 지역에서 계속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