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논의가 답보 상태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공·사적연금 가입자의 향후 수급액을 예측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현재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통계청이 국민, 직역연금 등 11종의 연금을 통합한 포괄적 연금통계를 처음으로 공표했지만 개인연금 관련 가입기간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급액 중 개인연금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에 관련 통계가 정비돼야 실효성 있는 연금개혁 논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7일 통계청이 지난 10월 공표한 포괄적 연금통계를 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가입기간 통계는 실려 있지만 개인연금의 가입기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령 2021년 기준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가입기간은 각각 10.1년, 14년으로 파악됐지만 개인연금은 가입자 수와 월평균 연금 보험료만 명시됐을 뿐 가입기간과 납입 방법 등의 정보는 빠졌다.
이처럼 개인연금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 가입기간 등의 정보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을 경우 미래 노년층의 소득 수준은 제대로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전체적인 노후소득 수준에 따라 국민연금 등의 개혁 방안도 정해지기 때문에 개인연금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연금개혁도 ‘반쪽’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하지만 개인연금 특성상 가입기간 등의 통계를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인연금은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시점의 규모는 알 수 있지만 얼마나 유지했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금융상품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세금 관련한 개인연금(세제적격) 데이터만 받지 연금 전체 데이터를 받진 않는다”면서 “매년 들어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걸 연계해서 가입기간까지 산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연금 관련 통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더 높일 수 없으니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보장하자는 게 다층 노후소득보장”이라면서 “연금 가입 현황을 단순히 묶어서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노후소득 전반을 보여주는 통계가 만들어져야 연금개혁을 논의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