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전달’ 무죄 받은 유동규… 검찰, 항소심서 공소장 변경하나

1심 수수자측 공범 무죄 판단에
‘공여자측 공범’으로 적시 고려
‘유 봐주기 수사’ 의혹은 부인

검찰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이재명 대선 경선 자금 부정수수’ 사건 1심 판결에 항소했다. 검찰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일부 금품수수에 대해 일부 무죄 판단했으나, 이는 객관적 증거관계 및 기존에 확립된 판례 등에 배치된다고 봐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게 하겠다”면서 항소했다. 검찰은 “김씨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 더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지난달 30일 김씨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6억원과 7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김씨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2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2014년 4월쯤 수수한 1억원의 뇌물 등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내렸다. 성남시의회가 당시 사실상 활동을 마친 상황이었고, 김씨가 출마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아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1억원은 피고인에 대한 뇌물이라기보다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재선의 선거자금으로 제공되는 금원의 성격만 있다고 모든 관련자들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수사팀은 이 자금이 정치자금뿐 아니라 뇌물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1심에서 ‘수수자 측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은 유씨와 정씨의 지위를 ‘공여자 측 공범’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김씨에게 자금이 전달되는 데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정치자금 부정 ‘수수’의 공범으로 보기 어려워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는 한 유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을 받은 쪽보다는 이를 전달하거나 준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와 정씨가 민간업자 측에 붙어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관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심 재판부가 달리 판단했으니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공소장이) 변경될 수도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유동규 봐주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기소 당시 유씨를 공여자 측 공범으로 기소했어도 ‘봐주기 수사’라고 했을 것”이라며 “금품이 오간 과정 등 객관적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유씨와 정씨는 수수자의 입장에서 남욱 변호사에게 금품을 요구했고, 김씨와 나눠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뇌물죄는 공여자보다 수수자를 더 엄히 처벌한다. 유씨의 진술과 증언은 김씨가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유씨는 이 대표의 대장동 등 다른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