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조기 해산을 선언하면서 기득권 용퇴론은 ‘미완의 혁신’으로 끝나게 됐다. 당초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며 기치를 올렸던 혁신위는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하고 오히려 먼저 돛을 내렸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 실패 이후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에는 변화와 쇄신의 요구가 쏟아졌고, 이에 당 지도부 대거 교체에 이어 혁신위 카드가 등장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청년·여성·수도권 등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고리를 혁신위원으로 대거 인선하며 지난달 23일 출범했다. 인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일성으로 당내 혁신을 예고했다. 김기현 대표도 “전권을 주겠다”며 힘을 실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공식 출범 다음날부터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의 징계를 해제하는 ‘대사면’을 제안했다. 이어 지도부에 쓴소리를 해온 유승민 전 의원, 홍 시장 등을 만났고 이 전 대표의 부산 토크콘서트 현장을 깜짝 방문하며 보폭을 넓혔다. 또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 참석했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제주 4·3평화공원 등을 참배했다.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2호 안건으로 요구하면서 지도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당내 주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세를 과시하는 방식 등의 실력행사로 맞서며 거칠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인 위원장은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논란, 이 전 대표 부모 언급 실언 등 설화를 일으키며 스스로 혁신위의 힘을 빼는 일도 벌어졌다. 결정적으로 인 위원장은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공천하라는 요구도 내놨지만 김 대표가 이를 단칼에 거절하면서 혁신위가 추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인 위원장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당 혁신의 핵심 과제인 ‘2호 희생 혁신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혁신위는 3호 혁신안으로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4호 전략공천 원천배제, 5호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도 제안했지만 결국 조기 해산으로 이들 과제의 이행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당내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반전의 기회를 놓쳤다며 지도부의 책임론도 거론됐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을 만난 뒤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가 어떤 방향으로 민심을 회복하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낼 것인지 혁신위의 희생에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혁신위가 열심히 했지만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용두사미가 된 것 같다”며 “국민들이 김기현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위를 좌초시킨 김기현 지도부는 비전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강서구 선거 패배 전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또 다른 중진 의원도 “혁신이 무위로 끝나 대통령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고, 용퇴 요구 실패로 사람도 잃는 결과가 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