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중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한다면 양육자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현재 및 장래의 양육비 중 일정 금액 분담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부모의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일방에 의한 양육이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을 빼고는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3.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우리 대법원은 당사자 간 협의나 법원 심판에 의해 양육비가 전혀 정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과거 양육비와 관련해 애초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2011. 8. 16. 2010스 85 결정).
혼인외의 자로 태어난 자녀에 대해 뒤늦게 인지(認知)가 이루어졌을 때 인지 전 과거의 양육비를 소급하여 청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최신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3. 10. 31. 선고 2023스643 결정).
○ 사실관계
필리핀 국적의 모친과 한국 국적의 부친 사이에서 혼인외의 자로 태어난 A가 부친을 상대로 인지 청구의 소를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A를 양육하고 있는 모친이 부친을 상대로 A의 출생 시부터의 과거 양육비 및 장래 양육비를 청구한 사안임.
○ 원심의 판단
별도의 준거법에 관한 조사 없이 대한민국 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혼인외 출생자에 대해서는 “그 부가 인지함으로써 비로소 부자간에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형성되어 부양의무가 발생한다”며 인지 판결 확정 전의 과거 양육비 청구 부분을 배척하였음
◎ 대법원의 결론
준거법은 직권조사 사항이므로 이를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하며 “부모의 법률상 부양의무는 인지 판결이 확정되면 자(子)의 출생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보아 인지 판결 확정 전의 과거 양육비 청구를 배척한 원심 결정을 파기·환송하였음
◉ 이경진 변호사의 Tip
‧ 우선 인지(認知)란 혼인외 출생자의 생부 또는 생모가 본인의 자녀임을 인정하여 법률상 친자관계를 발생시키는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 민법 제860조에 따르면 인지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한 효력은 자(子)의 출생시로 소급하여 생깁니다. 즉 언제 인지를 하더라도 ‘출생시’부터 부모가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 법률상 부양의무는 인지 판결의 확정으로 비로소 현실화되지만, 인지의 소급효와 과거 양육비는 대개 상대방의 부담을 고려하여 상당 부분 이를 감액하는 실무례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 결정에 찬성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