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노원구 선거구가 3곳에서 2곳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에 노원구병을 지역구로 뒀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획정안이 실현되더라도 이 전 대표의 노원구병 지역구는 일부 지역이 추가되고 이름이 바뀔 뿐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신당 추진과 함께 대구 출마를 시사한 이 전 대표가 새롭게 조정될 지역구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 획정안'에서 서울 노원구 선거구에 대해 기존 3곳(갑·을·병)에서 2곳(갑·을)으로 합구를 제안했다.
이 제안대로 선거구가 조정되면 이 전 대표가 세 차례 출마했던 노원구병 지역구 이름은 사라지지만, 지역구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노원구을 지역이 기존 갑·병 선거구에 붙으면서 각각 '노원구갑'과 '노원구을'로 획정된다.
즉, 이 전 대표의 노원구병 선거구 범위에 기존 을 선거구 일부가 추가되고, 이름만 '노원구을'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원구병 지역구 이름만 '을'로 바뀌었을 뿐 관할 지역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노원구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 지역에 출마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월2일 '2023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다른 선택을 해서 만약에 대구에 가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 한다' 하더라도 가장 나쁜 놈을 골라서 붙어야 한다"면서 대구 출마를 시사했다.
지난 10월18일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는 대구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을 "밥만 먹는 고양이", "편하게 정치하는 정치인들"이라고 부르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달 8일에는 인터뷰에서 "만약 신당을 하게 된다면 대구에서 가장 어려운 곳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 날인 9일에는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에 "(신)당을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는 회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최근 대구에서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어 대구 출마설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중순께 온라인을 매개로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대구 엑스코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1600여명의 지지자가 참석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대사면'으로 이 전 대표에게 손길을 내밀면서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이 전 대표를 험지인 노원구병에 출마시켜 낙선을 유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이 전 대표가 대구 출마로 더욱 기울게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주변 인사들은 현재 정부여당 상황으로 내년 수도권 총선을 원활하게 치르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나가도 의미 있는 곳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구 출마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 결과에 따라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과 외지 출마 가능성이 원천봉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경우 사실상 소수당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만약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로 가까이 간다면 1, 2, 3번당 정도의 공간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3번당 공간을 넓게 치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럼에도 3당의 지위를 얻기 위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연대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먼저 기민하게 무엇이라도 준비하는 쪽이 추후 장이 펼쳐졌을 때 선점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