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상·하원은 내년도 미국의 국방관련 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행정부에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고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기로 합의했다. 한국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는 문제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와 하원 군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NDAA 상·하원 단일안을 공개했다. 법안에는 미국이 중국과 전략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확대하려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동맹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인식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국에 배치된 미군 약 2만8500명의 규모를 유지하고,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채택한 워싱턴선언에서 강조한 핵 억제 공조를 심화”하는 방식 등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워싱턴선언 관련 문구는 하원안에는 포함됐고, 상원안에는 없었으나 상·하원 단일안에 포함됐다. 또 법 제정 180일 내에 한반도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로 포함됐다.
워싱턴 소식통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미 의회도 평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작권을 인수할 준비를 갖추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을 설명하고, 한국군이 조건을 어느 정도로 달성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또 전작권 이양 최소 45일 전에 이양 계획을 의회에 통보할 것을 주문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관할 지역에서 미군의 전력 태세와 조직 구조를 평가하고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를 2025년 4월 1일까지 의회에 보고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과 신흥 기술 관련 적국 동향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당국 직원을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에 파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파견되는 직원은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등 우려국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며 불법 조달, 핵확산 저지, 신흥 기술 등 기능적 부분에 대한 전문성도 갖출 것을 명시했다.
국방 관련 예산을 결정하는 연례 법안인 NDAA는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의결한 뒤 병합, 단일안을 도출한 뒤 상·하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돼야 의회 심의 절차를 마치게 된다. 하원은 지난 7월14일, 상원은 지난 7월27일 각각 자체 법안을 통과시킨 뒤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원 통과안에는 중국과 북한의 악의적인 행동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데 미국, 한국, 일본, 대만 간 국방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단일안에서는 빠졌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주장으로 원정 낙태 시술을 받는 군인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국방부 정책을 폐지하고, 성전환자를 위한 특수 치료나 다양성의 가치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예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하원 통과안에는 포함됐지만 단일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