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남자들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관련된 사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와 이 사건을 다루었던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상들이 소셜네트워크에 나돌고 있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오락성이 강한 SF, 슈퍼히어로들이고, 중국의 대작 영화들이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선전영화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면, 한국 블록버스터의 주요 경향은 근현대사로부터 소재를 취해서 진지한 작품으로 선보여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한다는 특징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이런 경향은 분단과 독재라는 경험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다룬 1990년대 말 이후 영화들이 천만 영화의 시대를 열면서 형성되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재난영화와 그 변주 형태인 좀비영화들이 안전이라는 화두를 담아내면서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대비되는 판타지적인 경향을 만들어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사회 문제에 관심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거리가 먼 경향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사건과 위기에 맞서거나 휘말리는 남성들이 전면에 나오고 남자들은 영웅이 되기보다는 불행한 시대의 패배자가 된다.



김성수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보면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데뷔작 ‘런어웨이’(1995)를 제외하고는 주로 배우 정우성과 장혁을 주연으로 캐스팅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장혁 주연의 ‘영어완전정복’(2003)과 ‘감기’(2013)는 각각 이나영과 수애가 맡은 여성 주인공의 비중이 크고, 정우성 주연 영화들은 그에 비해 여성의 비중이 작거나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서울의 봄’의 전작인 누아르 영화 ‘아수라’(2016)에서는 비중이 있는 여성 캐릭터는 거의 없고, 도시 재개발을 둘러싼 이권을 둘러싼 남자들끼리의 갈등과 음모, 부패와 담합을 주로 다룬다. 여기서 황정민은 잔인하고 사악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고, 정우성은 약점이 잡혀서 우물쭈물하는 비리 형사로 등장한다.

한편, ‘서울의 봄’은 선과 악의 대립이 뚜렷하고 여기에서 정우성이 맡은 이태신 장군 캐릭터는 실제로는 당시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장군을 모델로 했지만, 영화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 스릴러 ‘유령’(1999)에서 일본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극렬한 강경파들에 맞서는 온건파 장교 캐릭터 431호를 연상시킨다. 여기서도 정우성이 맡은 431호는 원칙을 지키는 강직한 군인이고 소수파로 몰려서 결국 실패하고 좌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