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와의 기 싸움 속에 ‘빈손 해산’하는 가운데,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위기 신호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당 지도부는 총선 승리의 비전을 제시하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김기현 대표가 ‘희생 혁신안’이 최고위원회에 보고되는 오는 11일 이에 대한 미적지근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지도부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가 예상된다는 각종 지표가 나오자 국민의힘 내부는 술렁였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정권 견제론)는 응답이 51%,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정권 안정론)는 응답이 35%로 나타났다. 두 응답 간 격차는 16%포인트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조사에선 정권 견제론이 6%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당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이다.
특히 총선의 승패를 가를 수도권 민심이 위기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권 견제론은 서울에서 45%, 인천·경기에서 57%를 기록했다. 정권 안정론은 각각 39%, 30%였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라는 악재가 돌출한 부산·울산·경남(PK) 여론 동향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조사에선 PK의 정권 안정론(48%)이 정권 견제론(40%)을 앞섰는데, 이번 조사에선 정권 견제론 46%, 정권 안정론 38%로 뒤집혔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7일에 실시됐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우세 지역이 6곳뿐이라 현재보다 의석수가 줄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도 당 지도부가 의미를 축소하자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 작업을 이끌던 혁신위가 지도부와의 대립 끝에 해산하는 상황과 맞물리며 ‘김기현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
서울 출마를 준비 중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의 참패를 경고하는 각종 조사와 지표가 나오는데도 지도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젖어 있다”며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당이 죽든 말든 윤석열정부가 망하든 말든 계속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의 험지 출마·불출마를 요구한 ‘희생 혁신안’이 당 최고위에 보고되는 11일이 중대 분수령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이에 호응하는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김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인 위원장에도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지도부에 기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내년 총선에 대비해 육아 필독서로 꼽히는 ‘삐뽀삐뽀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과 탈북민 출신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윤도현 자립준비청년 지원(SOL) 대표, 구자룡 변호사를 영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