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바꾸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더불어민주당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영향력을 강화하고 총선 경선에서 저성과 현역의원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한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고조된 비명(비이재명)계의 불만이 지도부의 선거제 개편 움직임을 항해 옮아가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내놓은 '위성정당 출현 방지를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공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지만, 총선 승리라는 실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게 당 주류의 생각이다.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에 집착하다 총선 패배로 원내 1당 지위를 잃어 의회 권력까지 내어주면 정권 교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론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거세다.
거대 양당 체제라는 낡은 정치를 쇄신하는 의미가 담긴 해당 공약을 파기하면 보수 여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울 수 없을뿐 아니라 중도층 민심까지 떠나는 결과를 초래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비명계 논리다.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선거제 관련 발언과 함께 "'선거제'도 말 바꾸는 민주당, 정치인의 '말'은 '법'보다 무서운 것입니다"라는 자막을 입힌 영상을 올리며 지도부를 공격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시스템 공천도 깨고,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도 깨고, 선거법 약속까지 깨려 한다"며 "계속 약속을 깨는 정당은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병립형 회귀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 당내 비주류의 원심력 강도가 커지면서 총선 직전 야권발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간 '이재명 지도 체제'에서 당내 주류뿐 아니라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거칠게 공격받아온 '원칙과 상식'이 연내 탈당을 포함한 거취 결단을 예고한 데다 이낙연 전 대표도 연일 신당 창달설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립형 회귀에 대해선 비명계뿐 아니라 김두관·이학영 의원 등 친명(친이재명)계 일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어 '반이재명' 전선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지도부에선 선거제 개편 논의를 당장 매듭짓기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계파 간 정면 충돌 시기는 늦춰질 수도 있다. 그 사이 이 대표가 '비명계 끌어안기' 행보로 내홍 진화에 나설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극적인 회동이 성사돼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의 실타래를 풀 확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의 회동에 부정적 의사를 밝히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이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선거제는 최대 현안인 예산안 처리 이후 결론지을 것"이라며 "명분과 현실을 두루 고려해 정하는 것이 민주 정당의 태도로, 이를 분당과 탈당의 명분으로 삼는 정략적 시도에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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