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두경부암의 5년 상대생존율 추정치다. 폐암(37%)보다는 높지만 대장(74%), 위암(78%)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그러나 폐암·대장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수가 적은 탓에 경각심은 많이 낮은 편이다.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두경부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수는 5666명이다. 이는 2016년(5170명) 대비 최근 5년간 10% 상승한 수치다. 2010년(4346명)에 비해서는 30% 증가했다.
◆먹고, 숨 쉬고, 말하기 등 ‘삶의 질’ 직결
두경부암은 눈·뇌·귀·식도를 제외한 머리에서 가슴 윗부분까지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말한다. 입술이나 혀, 잇몸 등에 발생하는 구강암과 비인두, 구인두(편도), 하인두를 포함한 인두암, 후두암, 비강암, 부비동암, 타액선(침샘)암을 모두 포함하는 ‘통칭’이다. 국내 발생률이 높은 것은 후두암, 구강암, 편도암 순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 대비 발생자 수가 3배 이상 많다.
두경부암은 음식을 먹는 것, 말하는 것, 숨 쉬는 것 등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부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3개월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거나 △목에 이물감을 느끼고 △입안이 자주 헐거나 붓고 △적백색 반점이 생기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거나 △한쪽 코가 지속해서 막혀 있거나 △코에서 분비물이 동반되는 경우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두경부암은 생소한 암으로, 위험 인자와 증상에 대한 인지가 낮다. 두경부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3분의 2는 이미 병기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고 전체의 10% 정도는 다른 부위로 종양이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돼 예후가 좋지 않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영찬 교수는 “후두암은 목소리가 초기 암에서 변하기 때문에 1, 2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구강 내 궤양도 초기에 오는 경우가 많아서 1, 2기에 발견된다”며 “반면 편도암이나 하인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전이가 된 후에 증상이 발생해 대부분 3∼4기에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술·담배 함께 하면 발병 위험 높아
두경부암은 다양한 부위에 발생하는 만큼 위치에 따라 예후에 차이가 크다.
이 교수는 “미국 데이터에 따르면 두경부암의 전체 5년 생존율은 평균이 60% 내외로 보고되고 있다”며 “다양한 부위에 생기는 암종이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예후가 많이 다르다. 편도암은 70% 정도의 생존율을 보이지만, 하인두암은 30% 정도로 상당히 나쁘다”며 “병기에 따른 예후 차이도 커서 1, 2기인 경우 80% 내외지만 4기는 40%대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담배, 술부터 끊어야 한다. 흡연은 비흡연자에 비해 발병 위험을 2∼3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도 1.5배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나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하는 경우 발병 위험은 30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된다. HPV는 보통 성관계를 통해 감염돼 자궁경부암, 항문암, 성기사마귀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구강성교 등을 통해 입속 점막에 감염되면 두경부암 중 편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암협회에서도 두경부암의 증가 원인 중 하나가 구강성교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국내는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자궁경부암 바이러스 백신)이 구인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남성에게도 백신이 확대되고 있다”며 “백신 접종도 두경부암 예방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위식도역류질환, 식도질환, 방사선 및 자외선 노출, 비타민이나 철의 결핍 및 두경부의 지속적·물리적 자극 등도 위험인자로 꼽힌다.
두경부암 치료는 종류와 위치, 병기에 따라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두경부암 수술은 중요한 혈관·신경이 밀집해 분포한 부위 특성상 고난도 수술이 많다. 무엇보다 입술, 혀 등 환자의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영찬 교수는 “최근 두경부암의 최소침습적이며 기능 보존적인 수술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내시경이나 로봇수술 발달로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고 먹고 말하는 데 필요한 장기를 최대한 보존해 효과적인 암 치료와 삶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전통적인 개방형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에 비해 치료 기간이 짧고 의료 비용이 저렴하다. 또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두경부암에서는 면역항암제를 통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