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8일 17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앞서 이날 조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부분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74일 동안 이어진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해소됐다.
조 대법원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만연한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일이다. 핵심은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김명수 사법부 6년 동안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재판이 늦어져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은 1심 선고까지 3년 9개월, 윤미향 의원은 2년 5개월이 걸렸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1심 선고까지 3년 10개월이 소요되는 바람에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4년 임기를 모두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항소심 일정을 고려하면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조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재판 지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할 것이다.
판사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노출하는 잘못된 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일부 법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특정 정파나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대선 직후엔 SNS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패배에 울분을 터뜨리는 글을 쓴 판사도 있다.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의거해 나와야 할 재판 결과가 판사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면 법치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치 판사’를 퇴출시킬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조건부 구속영장제’와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건부 구속영장제는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도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 조건을 달아 석방한 뒤 이를 어길 때만 실제로 구속하는 제도다. 과도한 구속 수사와 압수수색영장 발부 폐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이 강하게 반대하는 만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새 사법 수장 취임이 사법 현안 개선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 대법원장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