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용두사미’로 끝난 가운데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당내 비주류에선 지도부를 향해 공개 퇴진론을 제기했고, 주류에서는 이에 맞서 ‘내부총질’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10일 “인요한 혁신위 실패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는 전조”라며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기현 대표를 향해 사퇴를 직접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선 여당의 전통 텃밭인 부산·울산·경남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결과, ‘잘못 하고 있다’가 55%로 ‘잘하고 있다’(35%)와 20%포인트 격차를 보이는 등 여당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희생론에 비토를 놓으면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과 충돌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 대표와 용산 대통령실 사이에 묘한 신경전 기류까지 감지되는 가운데 11일 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안건 보고와 관련해 김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 카드로 리더십 강화를 노리고 있지만 책임론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법 등 원내상황 등으로 인해 공관위 구성이 늦춰질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관위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에 하 의원은 “김 대표는 혁신은 거부하고 조기 공관위로 위기를 돌파한다”며 “조기 공관위는 혁신위 시즌2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아직 국회 예산안 처리와 야당의 쌍특검·국정조사 추진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 혁신위 실패로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는 모양새가 됐다”며 “최악의 경우 지도부 내 용산 기류를 잘 아는 인사들을 통해 김기현 체제를 흔드는 시나리오도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