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보인다"… 네타냐후가 처칠 인용한 까닭은?

‘하마스와 전쟁 끝나려면 아직 멀었지만
승리로 가는 첫 관문 통과했다’는 의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잇따라 이스라엘군에 항복하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 연합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난 며칠간 수십명의 하마스 테러범이 우리 군에 투항했다”며 “우리의 용감한 전사들 앞에 그들은 무기를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우리는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라는 말로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하마스의 끝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서 ‘끝의 시작’이란 표현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1942년 북아프리카에선 석유가 풍부한 중동 지역을 차지하려는 독일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영국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에르빈 로멜 장군의 독일군은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이집트 카이로 근방까지 쳐들어갔다.

 

그해 10월 영국군은 이집트 북부 엘알라메인에 방어선을 치고 독일군과 대규모 전투를 벌였다. 여기서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이 사투 끝에 독일군을 격파하며 이집트 등 중동 지역을 점령하려던 독일의 의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얼마 후 히틀러는 북아프리카에서 독일군을 철수시키고 만다.

 

엘알라메인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처칠은 “이것은 끝이 아니다”(This is not the end)라고 말했다. 이어 “끝의 시작조차 아니다”(It is not even the beginning of the end)라고 덧붙였다. 나치 독일을 무찌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처칠은 “하지만 이것은 아마 시작의 끝일 것”(But it is perhaps the end of the beginning)이라고 한 문장을 더 보탰다.

2차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 환호하는 대중을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나치 독일과의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승리로 가는 첫번째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차대전 개전 이후 영국군의 연전연패 소식에 실망했던 영국인들은 처칠의 이 말에 열광했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시민 1200명가량을 살해하고 230여명을 인질로 붙잡아 자신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에 전쟁 개시를 명령했다.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면서 현재까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1만7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상정됐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