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민 4명 중 1명만 친중(親中) 후보들만 출마한 제7회 구의원 선거에 투표했다. 홍콩 당국의 투표 시간 연장과 대대적인 투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애국자’만 출마한 선거에 대한 홍콩 주민들의 반발과 무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11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제7회 구의원 선거에서 홍콩(총 인구 750만명) 등록 유권자 433만106명중 119만3193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이 27.5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역대 홍콩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99년 선거로 35.82%였다. 모든 선거를 합쳐 최저 투표율은 2021년 12월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로 30.2%였다. 2021년 입법회 선거 역시 2019년 11월 반정부 시위 이후 친중 후보만 출마했던 첫 선거였다.
홍콩 당국은 낮은 투표율을 우려해 대대적인 투표 캠페인을 펼치고, 갑작스러운 전산 고장을 이유로 투표 시간을 90분이나 연장했다. 오전 8시30분 시작해 오후 10시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투표는 자정까지 이어졌지만 투표를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홍콩 주민들의 절망감이 투표율에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반면 직전 제6회 구의원 선거는 2019년 11월 거센 시위 물결 속 진행돼 71.23%의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SCMP는 제6회 구의원 선거 때는 시 전역 대부분의 투표소에 긴 줄이 늘어서면서 당국이 임신부와 노인 유권자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특별 조치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소가 한산해 그러한 조치가 필요 없었으며, 대부분의 투표자는 중년이나 노년층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주 진영의 출마가 원천 봉쇄되면서 투표를 하기도 전에 이미 전체 470석 구의회가 모두 친중 진영으로 꾸려져 유권자의 관심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권자 비키 루이는 SCMP에 “출마자들은 내가 지지하는 이들이 아니며 모두 친중 진영”이라며 “그들이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부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정부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투표율이 낮은 것은 대다수 대중이 이제 경기장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