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내에 내년 총선 비관론이 번지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 자체 분석한 총선 판세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동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11일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83∼87석”, 안철수 의원이 “55∼60석”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며 사퇴론 등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잇단 총선 참패 전망…“당 지도부 책임져라”
안철수 의원은 이날 “내년 총선에서 55~60석이 되는 것은 아닌지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며 당 지도부에 총선 승리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대로라면 수도권, 부산, 경남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참패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시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주 당 내부 자료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서울 6석을 예상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국이 위기다. 저는 수도권 승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며 “한 표라도 더 민심을 얻기 위해 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얻을 의석 수에 대해 “제가 들은 정량적인 것들을 합쳤을 때 83에서 87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83~87석 중) 비례를 17개로 예상했다”며 “지난달께 100석 언더(밑)를 예상한다 얘기했는데 그 뒤에 부산 엑스포 결과도 있었고 하기 때문에 결과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49개 지역구 중 6개 지역구에서만 우세하다는 분석에 대해선 “냉정하게 데이터만 갖고 보면 (6개가 아닌) 4개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알기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도 수도권 만큼이나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100석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며 “막연한 심리적 저항선이다. 그게 지금 보수정당의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잘못하고 있고 김기현 지도부는 무능력하다. 이 두 가진 진단은 아주 맞는 진단인데 지금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김기현 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100석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총선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100석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바닥인 줄 알았던 우리 당 지지율은 지하 1층을 뚫고 지하 2층, 3층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태의 제일 책임은 김 대표에게 있다”며 “560(당지지율 55%·대통령 지지율 60%) 공약을 지키는 길은 자진사퇴 뿐”이라고 압박했다.
◆김기현 “혁신위 제안 혁신 그 이상 변화 도입”
김기현 대표는 이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고 했으나,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주류 희생’ 등 핵심 안건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진 않았다. 혁신위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총선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전달하고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혁신안에는 ‘주류 희생’ 등 그동안 의결했던 1∼6호 안건을 종합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위 활동 종료와 관련해 “혁신위는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짚고 제안해줬다”며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안에 대해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로 해 진행 중”이라며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내년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워 당을 본격적인 ‘선거 모드’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공관위는 예정대로 이달 중순에 띄우고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발족 등 선거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 출범 일정을 과거보다 한 달가량 앞당기는 것은 당을 빠르게 총선 체제로 전환해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공관위를 띄워 인재 영입과 컷오프로 ‘물갈이’를 가속해 당 안팎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한편, 주류 희생 수용과 관련해선 총선 승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잡고자 시간을 벌려는 구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책임론’ 등이 연일 계속되자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이 단일대오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오직 자신의 ‘정치적 셈법’만을 고려해 당의 단합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라며 “당을 향한 ‘내부총질’만이 혁신이라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누군가의 결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단결”이라며 “자꾸 결단하라고 당 대표를 흔드는데 결단도 때가 있다. 지금 결단하면 선거철이 오면 다 잊어버릴 것이다. 불협화음을 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