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미국 의회 입법 시스템과 마이클 롤러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에 따르면 롤러 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조약기구(IPTO)에 관한 TF 설치 법안을 제출했다.
롤러 의원은 법안에 대해 “인도태평양의 안보 상황을 분석하고 미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 간의 나토와 같은 연합이 중국과 북한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TF를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러 의원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우리의 적은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위험한 동맹을 만들었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증가하는 위협에 맞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안보 협정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침략을 억제하고 민주주의 세력을 보호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롤러 의원은 자신이 올해 초 의회 대표단과 함께 한국과 일본, 대만을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파트너 및 동맹국과의 만남은 역내에서 중국의 침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도 설명했다.
롤러 의원은 지난 4월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등과 함께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당시 매콜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중국의 세대에 걸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침략에 대한 우리의 첫 번째 방어선”이라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나토를 통해 집단 방위를 하는 유럽과 달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양자 및 소(小)다자 안보 협정을 통해 중국의 위협 등에 대응하고 있다.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차 협의체)와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협의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로 대표되는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캠프데이비드 회의에서 3국은 안보 위협 시 공조 협의를 명문화하며 군사조약인 나토, 안보 협정인 오커스보다는 약하지만 협의체인 쿼드보다는 더 강한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아시아판 나토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주요 국가가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아시아판 나토가 추진되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아직 많다. 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태국, 호주, 필리핀 등 5개 국가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아시아 파트너 및 동맹국의 경우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을 포함해 국가 간 불신 문제 등이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 체제 구축의 걸림돌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등을 계기로 집단안보 체제 구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석좌인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은 지난 9월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현재 아시아판 나토를 추진할 의도가 없을 수 있으나 이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 전개로 이 선택이 70년 전보다 더 그럴듯해졌다”면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