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구난방 제3신당, 가치·비전 없으면 국민 선택 못 받는다

오늘로써 22대 총선이 꼭 1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 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이라지만 이번에는 제3신당 창당 논의가 더욱 봇물 터지듯 분출하는 모양새다. 일찌감치 창당을 선언한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에 이어 송영길 신당, 조국 신당이 거론되고 이준석 신당이 가시화하고 있다. 엊그제는 금태섭 전 의원과 정의당 내 청년그룹이 손잡고 공동창당을 선언했다. 여기에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각각 이끌었던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까지 점쳐지니 국민들로선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를 지적하며 이재명 대표와 대립 강도를 높여가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오는 27일 신당 창당을 위한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그제 말했다. 얼마 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 그분(이준석 전 대표)이 가진 장점도 필요하다”고 했던 그다. 이에 이준석 전 대표가 “이낙연 대표님 같은 분이라면, 적어도 같이 그리는 울타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 맞선 ‘반윤·반명 연대’의 그림까지 그려지는 상황이니 정치가 생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4·10 총선에서 득실을 놓고 주판알만 튕기는 여야가 비례대표제로 병립형과 연동형,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신당 창당의 양상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처럼 연동형 비례대표로 간다면 최소 3%의 정당득표율만 얻으면 되므로 꼼수 위성정당에 자매정당, 형제정당까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권역별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7%로 허들이 높아져 가급적 큰 ‘빅텐트’가 유리하다. 자칫 정치이념이나 비전을 떠난 ‘헤쳐모이기식’ 이합집산이 난무해 국민 판단만 더욱 어지럽게 할 게 분명하다.

극단적인 양당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새로운 정치세력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제3신당의 정치적 자산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지 않은 채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이뤄지는 ‘떴다방’식 헤쳐모이기는 국민 눈에 정치꾼들의 이합집산으로 비칠 뿐이다.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신당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창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을 위한 신당이 아니라면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될 수 없음을 정치인들이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