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 인요한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제안한 ‘주류 희생’ 안과 관련해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 결과물이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등 당 공식 기구에서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내년 총선에서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요구한 혁신안을 거부한 것이다. 혁신위 출범 당시에는 전권을 주겠다고 하더니 쇄신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외면한 건 무책임한 행태다.
김 대표는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공관위를 조기에 띄워 빠르게 선거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혁신위 조기 해산과 수도권 위기론 등으로 인한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는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김 대표 사퇴와 관련해 “당이 변화·혁신해야 되는 건 맞지만 전술적으로 지금이 그 타이밍은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총선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가 사퇴하면 당내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중순 공관위 출범을 앞두고 총선 이슈를 잠식할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