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하고 황홀한 밤을 지나 도심의 풍경을 누비다 [박윤정의 차오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원형극장 입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삼삼오오 짝 이뤄 남은 아쉬움을 달래
전날밤과 다른 뒷골목의 아침 풍경
골목길을 걸으며 지역 구석구석 돌아봐
도심서 찾은 여유에 더 깊게 빠져들어

객석을 메운 사람들은 세상이 잠을 청하는 한밤중에도 시간 흐르는 것을 잊은 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역동적인 아레나 디 베로나의 깊은 밤은 로맨틱하고 황홀하다. 출연진이 무대 인사를 마치자 거대한 로마 원형극장 입구로 사람들이 쏟아진다. 웅성거리며 감동을 토하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흩어진다.

자정을 넘긴 깊은 밤이지만 아쉬움이 남아 발걸음을 멈춘다. 공연장 주위 카페와 바는 환한 조명을 비추며 감동의 여운이 남은 관람객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이 분위기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한잔 하면 어떠할까? 은은한 조명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로 들어선다. 직원에게 추천 음료를 묻는다. 와인에 섞인 달콤한 시럽이 베로나의 아름다운 매력을 더하여 완벽한 밤을 선사한다. 심장 박동소리와 함께 귓가에 울리는 듯한 음악소리가 주위를 감싼다.

베로나 도심 풍경. 에르베 광장 주위로 쇼핑거리와 관광지를 찾아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베로나 아침은 언제 해가 떠올랐는지 하루를 재촉한다. 1층 카페에 앉아 아침 식사를 즐기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고대 아레나 디 베로나의 웅장한 모습과는 달리 골목길, 마을 광장, 강변은 도시의 소박함을 전한다. 뒷골목의 아침 풍경이 지난밤과는 달리 낯설고 조용하다. 해마다 여름이면 오페라 축제의 화려한 공연과 도시가 전하는 매력이 베로나를 떠올리게 한다.

베로나는 여러 차례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감동을 준다. 이번에는 100주년 행사라는 큰 의미도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함께하는 축제라 더운 신선하고 즐겁다.

이전 여행에서는 주로 아레나 디 베로나와 줄리엣의 집과 같이 유명 관광지에 집중했었지만, 이번에는 골목길을 걸으며 다른 지역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다.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주위 상점들과 현지 시장에서 농산물을 맛보기도 하며, 도시 일상에 잠시나마 녹아들고 싶다. 원형극장을 끼고 도보길을 따라 걷는다. 걷다 보면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이 위치한 중세의 좁고 아름다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다. 전설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이곳은 발코니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꿈꾸게 한다.

 

골목길을 벗어나면 광장(Piazza delle Erbe)에 이른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장을 이루는 작은 상점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주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 배경이 되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현지인들은 신선한 농산물과 먹을거리를 구입하고 관광객들은 그들 틈을 비집고 구경하며 시간을 즐긴다. 시장에서 갓 짜낸 신선한 주스 한잔을 사 들고 쇼핑거리를 따라 걷는다. 사람 붐비는 광장을 벗어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햇살을 느끼고 뒷골목의 적막함을 즐긴다.

에르베 광장과 주변. 시장을 이루는 작은 상점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주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 배경이 되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칠 때 즈음, 카페에 앉아 커피 향으로 피로를 덜어낸다. 한 잔의 커피로 기분을 전환하고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관광객들에게 등을 떠밀려 낯선 거리로 들어서기도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 따라 구석을 찾아들기도 한다. 도시의 특별한 분위기에 젖어들며 도심에서 찾은 여유로움에 더 깊이 빠져든다. 골목길마다 건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길가에 늘어선 매장도 둘러본다. 볼거리가 많아 시간 흐르는지도 알지 못했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식당을 찾아 나선다. 베로나는 훌륭한 음식과 와인으로 유명하여 현지 어느 식당을 들어서더라도 멋진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멋진 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맛보며 즐거움을 더한다. 요리와 어우러진 와인을 추천받으며 직원과 얘기꽃을 피운다. 베로나 문화와 역사를 조금 더 가까이 경험한다.

아레나 디 베로나 주변. 해마다 여름이면 오페라 축제의 화려한 공연과 도시가 전하는 매력이 베로나를 떠올리게 한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길을 나선다. 강을 따라 걸으니 강을 가로지르는 아치 모양의 아름다운 다리가 보인다. 로마 시대에 건설되었단다. 강을 건너 도시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에 다다른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베로나 붉은빛과 강이 어우러지니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