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레스터 시티가 2부리그에서 승격한 지 2년 만에 쟁쟁한 강호들을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시즌 개막 전 우승 확률 0.0002%를 뚫고 창단 132년 만에 동화 같은 리그 우승을 거머쥔 레스터 시티는 단숨에 ‘기적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다만 짧은 전성기 뒤 레스터 시티는 모기업 경영난과 선수단 관리 실패로 쇠락해 지난 시즌 결국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그 성공 신화는 축구계에 영원히 회자될 이야기로 남았다.
레스터 시티의 동화가 7년 만에 2023∼20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그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강’을 제치고 리그 1위를 질주 중인 지로나다.
지로나는 16라운드 기준 승점 41(13승2무1패)로 리그 선두다. 지난 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임시 홈구장인 유이스 콤파니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라리가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명문’ 바르셀로나를 4-2로 대파하며 레알 마드리드(승점 39)를 승점 2차로 2위로 밀어내고 선두에 올랐다. 지로나는 지난 10월1일 레알 마드리드에게 이번 시즌 첫 패배를 허용한 뒤 8경기(7승1무) 무패 행진일 만큼 기세가 무섭다.
‘유럽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구단주인 ‘대부호’ 셰이크 만수르가 세운 지주회사 시티풋볼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자금 운용과 선수 수급이 원활해진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시티풋볼그룹은 지로나 지분의 47%를 갖고 있다. 덕분에 지로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맨시티에서 풀백 얀 코투를 임대하고, 미드필더 앙헬 에레라를 영입했다. 브라질 출신 윙어 사비우도 시티풋볼그룹의 일원인 트루아(프랑스)에서 임대로 데려오고, 우크라이나 대표팀 스트라이커 아르템 도우비크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알차게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우비크는 지로나의 공격을 이끌며 8골을 폭발, 리그 득점 공동 3위에 올랐다.
스페인 라리가는 최근 10년간 바르셀로나 5회, 레알 마드리드 3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회 등 사실상 이들 3강이 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는 곳이다. 지로나가 이 균열을 깨고 이번 시즌 끝까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기적을 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