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슈롄 前대만 부총통 “선거 한 번으로 대만 안 바뀌어… 시민의식 향상이 중요” [대만 총통선거 한달 앞으로]

“미·중 개입은 상수… 민주주의가 과제
대만, 한국·일본과 협력 강화 필요성도”
“대만의 정치는 선거 한 번으로, 어떤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국민 민주 의식이 높아지고 (대만에 대한) 소속감이 강화되는 데 대만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뤼슈롄 전 대만 부총통이 지난 11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대만 총통 선거 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베이=이우중 특파원

뤼슈롄 전 대만 부총통은 11일 대만 신베이시 집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의 이번 대선 결과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처럼 비화한 선거를 통한 대만 국민의 단합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원로인 뤼 전 부총통은 대만 최초의 여성 부총통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의 10·11대 부총통을 지냈다. 부총통을 연임한 것도 현재로서는 그가 유일하다.



뤼 전 부총통은 한 달여 남은 총통 선거에 대해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 등 주류 2강 후보의 경쟁에 민중당이 낀 ‘플러스 1’의 구도가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왼쪽)가 지난 11월 20일 타이베이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를 부총통 후보로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민진당의 경우 라이칭더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모두 다양한 정치 경력이 많은 인물로 평가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8년간 집권한 차이잉원 현 총통의 그림자를 어떻게 벗어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진당의 공약에 새로운 부분이 없고 ‘차이 총통 시즌2’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뤼 전 부총통은 민진당 출신이지만 국민당 후보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신베이시 시장 등을 지내며 지방에서 평이 좋았던 허우유이 후보는 물론 부총통 러닝메이트로 등판한 자오샤오캉 후보의 경력과 영향력이 충분해 최근 더 좋은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는 “대만의 국민이 국민당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중”이라며 최근 국민당이 너무 친중국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로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뤼슈롄 전 대만 부총통이 지난 11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대만 총통 선거 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베이=이우중 특파원

뤼 전 부총통은 세간의 분석처럼 이번 선거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규정했다. 특히 중국이 공작을 통해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과 반대로 미국의 개입은 공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개입이 대만 총통 선거의 상수라는 뜻으로, 뤼 전 부총통은 “대만 내부에서 국민이 이런 현실을 알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이 정치인을 의지하고 신뢰하기보다 대만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선거 이후 대만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주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대만·일본 간 협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3국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유교 사상과 선진 경제, 과학기술 등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큰 만큼 힘을 합쳐 소프트파워(문화·예술·정보기술 등을 통한 영향력)를 키워나가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뤼 전 부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