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슈롄 전 대만 부총통은 11일 대만 신베이시 집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의 이번 대선 결과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처럼 비화한 선거를 통한 대만 국민의 단합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원로인 뤼 전 부총통은 대만 최초의 여성 부총통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의 10·11대 부총통을 지냈다. 부총통을 연임한 것도 현재로서는 그가 유일하다.
그는 민진당의 경우 라이칭더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모두 다양한 정치 경력이 많은 인물로 평가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8년간 집권한 차이잉원 현 총통의 그림자를 어떻게 벗어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진당의 공약에 새로운 부분이 없고 ‘차이 총통 시즌2’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뤼 전 부총통은 민진당 출신이지만 국민당 후보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신베이시 시장 등을 지내며 지방에서 평이 좋았던 허우유이 후보는 물론 부총통 러닝메이트로 등판한 자오샤오캉 후보의 경력과 영향력이 충분해 최근 더 좋은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그는 “대만의 국민이 국민당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중”이라며 최근 국민당이 너무 친중국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로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뤼 전 부총통은 세간의 분석처럼 이번 선거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규정했다. 특히 중국이 공작을 통해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과 반대로 미국의 개입은 공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개입이 대만 총통 선거의 상수라는 뜻으로, 뤼 전 부총통은 “대만 내부에서 국민이 이런 현실을 알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이 정치인을 의지하고 신뢰하기보다 대만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선거 이후 대만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주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대만·일본 간 협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3국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유교 사상과 선진 경제, 과학기술 등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큰 만큼 힘을 합쳐 소프트파워(문화·예술·정보기술 등을 통한 영향력)를 키워나가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뤼 전 부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