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여당의 첫 지도체제를 이룬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기현 대표의 결단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현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불출마나 대표직 사퇴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도 김 대표를 향한 용단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혁신위원회 조기 종료 등 연이은 악재 속에 위기론이 불을 뿜던 여당에 본격적인 쇄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의 용퇴가 기폭제가 됐다. 장 의원은 이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내세우며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날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했던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 다음 날이자,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22대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날이다.
장 의원의 용퇴 결정에 따라 김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전날 급작스레 취소한 뒤 국회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입장 표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권 내에선 김 대표의 불출마, 대표직 사퇴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장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당내에선 ‘김기현 사퇴론’에 불이 붙으며 김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당 의원들은 장 의원을 치켜세우며 김 대표의 용단을 촉구했다.
당 비주류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시한 김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지금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저의 소견으로는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김 대표도 불출마한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며 “당 총의로 비대위원장을 추대하고, 다른 최고위원들은 자동으로 비대위원으로 재추대하면 하루면 상황 정리가 된다”고 했다.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이고 당 대표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기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며 “김 대표는 당원과 국민께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나 신뢰와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와 친윤 내에서도 김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언급하며 “이번 주 선거가 시작되는 첫 번째 주에 골든타임으로 지금까지 제기됐던 당의 문제를 한 번에 바꿔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하셨으나 저는 다소 3인칭으로 이야기하셨다는 느낌”이라며 “무엇을 내려놓겠다는 것을 이제는 보여주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가 사퇴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현 체제의 첫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불출마 선언은 고민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라며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되는 만큼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