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4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 등 극심한 경제난 속에 출범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페소화 50% 평가절하와 공공지출 삭감 등의 처방을 내놨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인 12일(현지시간) 방송을 통해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10가지 ‘경제 비상 조처’를 발표했다. 외신들은 특히 새 정부가 현재 달러당 365페소 수준인 환율을 800페소로 조정한 데 주목했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강력한 평가절하’라고 했다.
카푸토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대로 가면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며 “아르헨티나는 지난 123년 중 113년간 재정 적자를 겪었다. 이제는 재정 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에 430억달러(약 56조7000억원)를 빌려준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대책이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외환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담한 초기 조처”라며 환영했다.
자칭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아르헨티나에 ‘전기톱’을 들이대겠다며 페소화 폐지, 중앙은행 폐쇄 등 급진적 충격 요법을 공언했으나, 대선 승리 이후 한층 온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거 기간 “공산당과는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며 중국 등에 강경한 태도에서 보였던 밀레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50억달러(6조5950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갱신에 도움을 청하는 친서를 보내는 등 중국에 SOS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