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4만명으로 추산되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국 단위 첫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립·은둔 청년 60%는 20대 들어서면서 취업 실패와 직장 내 대인관계 등의 문제로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청년의 25%는 10대 때부터 대인관계, 학교폭력 등의 이유로 스스로를 가뒀다. 정부는 국가적 자원인 이들 청년이 조속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지원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7∼8월 약 두 달간 전국 청년(만 19∼3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만1360명이 응답했고 이 중 56.7%인 1만2105명이 고립·은둔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차 위험군 중 1903명은 “사회 재복귀”를 위해 정부 도움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응답자의 60.5%는 20대부터, 15.7%는 30대부터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10대부터 고립·은둔을 시작했다는 응답자도 23.8%나 됐다. 정부는 이들 청년의 고립·은둔 기간도 파악했는데 ‘1년 이상 3년 미만’이 26%로 가장 많았고 3개월 미만(15%), 10년 이상(6%) 등의 순이었다. 고립·은둔 기간이 긴 청년 가운데 일상 복귀를 시도했지만 실패 후 다시 고립·은둔 상태에 빠졌다는 응답자는 78%였다.
고립·은둔 청년의 마음건강도 심각한 상황이다. 응답자의 75.4%는 “자살생각을 한 적 있다”고, 26.7%는 “자살시도를 한 적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대인기피 정도도 심각했는데 응답자의 62.0%가 ‘타인 시선’이, 47.8%는 사람(대인) 자체가, 44.2%는 지인을 만나기가 두렵다고 밝혔다. 이들의 80% 이상은 “지금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응답자의 67%는 탈고립·은둔을 위해 취업이나 공부, 취미생활, 병원치료, 심리상담 등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이들 고립·은둔 청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은 경제적 지원(88.7%), 취업 및 일경험 지원(82.2%), 혼자 하는 활동 지원(81.7%), 일상 회복 지원(80.7%) 등이었다고 전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응답자 태반이 직접적인 생계지원보다는 사회 복귀를 위해 연습할 기회를 원했다”며 “당장 국가에 도움을 요청한 1903명에 대한 우선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범부처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에서 온라인 자가진단 시스템과 129콜센터 등 도움창구를 마련하고 내년 7월 4개 시·도에 청년미래센터(가칭) 설치 등에 나서는 배경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스스로를 자책해 사회로부터 은둔하지 않도록 정부는 다양한 청년 복지정책을 통해 폭넓게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