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에 5년간 38조원+α 지원…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

정부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2024년 연구개발에 736억원 투입

사용후 배터리 재제조·사용·활용
연 전기차 17만대 핵심 광물 확보
이차전지 특허심사 열 달로 단축
2026년까지 새만금 국가산단에
핵심 광물 전용 비축기지 구축도

정부가 이차전지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시장을 조성하는 등 관련 규제를 푼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이차전지 전 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이차전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관련 기업에 대출·보증·보험을 확대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 북미 시설투자에 금리·보험료 인하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올해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 포함 이차전지 연구개발(R&D)에 총 736억원을 투입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분류해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는 생태계 조성 전략도 추진한다. 사용후 배터리 중 일부는 성능을 복원해 전기차용(재제조)으로 활용하고, 그 외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나머지 용도(재사용)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용후 배터리 활용으로 전기차 가격이 이전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재제조나 재사용이 어려운 배터리는 내부 리튬·니켈 등 유가금속만 회수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전기차 17만대 분량의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사용후 배터리 안정성은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유통 전 안전검사-사후검사’ 3단계에 걸쳐 점검한다.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이력 관리도 꼼꼼하게 이뤄진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배터리 제조부터 운행·순환 이용까지 전 주기의 이력 정보를 연계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단계별 정보 입력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차전지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차전지 태스크포스(TF)도 이달부터 운영한다.

 

또한 전기차 폐차 단계에서 배터리를 탈거하기 전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용후 배터리 수거·운반·보관 기준, 배터리 전 주기 이력 관리 등을 규정한 지원법도 내년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차전지 제조에 쓰이는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노력도 강화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일부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이차전지 이외에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특수가스 등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185개 품목을 ‘공급망 안정 품목’으로 정하고 관리에 나섰다.

정부는 공급망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리튬 24일분을 추가로 비축하는 등 핵심 광물 비축량도 확대한다. 내년에 국내 기업의 광물 정련·제련을 지원하는 데 2500억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2026년까지 새만금 국가산단에 2400억원을 들여 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를 구축한다. 정부는 2031년까지 리튬, 코발트 등 이차전지 필수 광물 100일분을 이곳에 비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핵심 광물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의 3%를 세액공제하는 등 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아울러 이차전지 특허를 패스트트랙에 올려 우선 심사하고, 전문 심사 인력도 늘려 현재 21개월가량 걸리는 이차전지 특허 심사 기간을 10개월까지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차전지와 더불어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 185개 품목을 ‘공급망 안정 품목’으로 정하고, 70% 수준인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아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 공장에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전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부가 수입 의존도와 국내 산업 영향 등을 고려해 선정한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은 ‘첨단 전략 산업’(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전기전자), ‘주력·신산업’(자동차, 조선, 기계, 로봇, 항공), ‘기초 소재 산업‘(금속, 섬유, 세라믹, 화학) 등 크게 세 분야로 구분됐다.

 

구체적으로 네온 등 반도체 제조용 희귀 가스,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수산화리튬, 전기차 모터 제조용 희토류 영구자석, 자동차용 와이어링 하네스, 요소, 마그네슘괴 등 첨단 부품·소재에서부터 광물, 범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포함됐다.

 

정부가 선정한 공급망 안정 품목 185개 중 중국 의존도가 높은 8대 산업은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 대상으로 따로 지정해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8대 산업은 음극재, 양극재, 반도체 소재, 반도체 희귀가스, 희토류 영구자석, 요소, 마그네슘, 몰리브덴이다. 8대 산업 범주 하에 인조흑연,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 수산화리튬 네온 등 16개 개별 품목이 들어있다.

 

올해 10월까지 NCM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는 97%에 달한다. 네온(81.3%), 희토류 영구자석(86.4%), 마그네슘괴(99.4%) 등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자립화, 다변화, 자원 확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자립화를 위해 정부는 요소 등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경제성이 낮다고 여겨져온 품목의 국내 생산 시설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지난 6일 경기도 안산시 금성이엔씨 요소수 생산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뉴시스

수입선 다변화도 적극 추진한다. 정부는 산업용 요소처럼 제3국 수입 운송비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또 수입 보험 지원 대상에 ‘공급망 안정 품목’이 새로 추가되고, 보험 한도도 1.5배 우대된다.

 

아울러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핵심 광물의 비축을 확대한다. 35개 품종 핵심 광물의 비축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비축량을 평균 100일분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민간의 해외 핵심 광물 확보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해외 자원 개발 특별 융자 지원 비율을 사업비의 30%에서 50%로 확대한다. 광업권 해외 투자를 하면 투자금의 3%를 세액공제하는 제도도 생긴다.

 

방문규 장관은 “3050 전략은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튼튼한 산업 공급망을 갖춰 나가겠다는 전략”이라며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해 우리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