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순방 前 ‘희생 주문’ 메시지 전달설… 측근과 극비리 접촉 거취 의견 수렴 [與 김기현 대표 전격 사퇴]

‘김기현 사퇴’ 막전막후

여권 ‘尹心 따른 전격 입장변화’에 무게
사퇴발표 직전 ‘이준석과 회동’ 알려져
金 “李 신당 참여 낭설… 창당 만류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13일 대표직 사퇴 입장 표명은 장제원 의원의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약 31시간 만에 나왔다. 윤석열정부 여당의 첫 지도체제를 이룬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가 김 대표 취임 9개월 만에 동시에 퇴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부터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채 숙고를 이어갔다. 자택에도 귀가하지 않고 모처에서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 일부 측근과 극비리에 접촉하며 거취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사퇴 입장 발표 직전에 신당 창당작업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예정돼 있던 일정이라고 했지만 김 대표의 신당 참여 가능성, 이 전 대표의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 등의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이에 페이스북에서 “제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오늘 저는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시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내가 신당을 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김기현 대표가 제시하는 그런 대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김기현 지도부는 지난주만 해도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 계획을 밝히며 당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여권에는 김 대표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가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이뤄졌다는 시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을 떠나기 전 김 대표와 장 의원에게 희생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자 김 대표의 거취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던 김 대표는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의 지원 속에 ‘윤심 후보’로 알려지며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때문에 수직적 당정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 태생적인 한계로 지적됐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보선 발생의 귀책사유가 있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한 결정에서 이 같은 한계가 극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송 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보선 패배 후 쇄신책으로 띄운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의 대립 끝에 활동을 조기 종료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 판세가 열세라는 내부 보고서와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자 ‘김기현 책임론’이 일기 시작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이후에는 대표직 사퇴 요구가 커지며 리더십을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대표직 사퇴 결정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