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격랑에 빠져든 與… 차기 지도부 체제 어떻게 [與 김기현 대표 전격 사퇴]

장제원 불출마 31시간 만에 결단… 비대위 전환 ‘속도전’

김한길·김병준·안대희 등 위원장 물망
안팎 원희룡·한동훈·나경원도 하마평

‘김장연대’ 공백 해법에 당내 의견 분분
일각, 조기 총선체제 전환 가능성 제기

유의동 등 임명직 당직자들 사의 표명
윤재옥, 대규모 공백사태 우려해 반려

김기현 대표가 13일 전격 사퇴하면서 집권 여당이 또 한번 격랑에 빠져들게 됐다.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되지만 관심은 향후 지도체제로 모아졌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것인지를 두고는 당내 의견이 분분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 표명과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대위 체제 속도전… 하마평 분분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윤 원내대표는 14일 중진들의 의견 수렴과 함께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수습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윤 권한대행 체제는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 처리 등 원내 현안도 산적한 만큼 당내 중지를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표 권한대행인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 설치를 결정하면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등 선거기구를 꾸리고 공천 ‘물갈이’와 인재 영입 등 선거 업무 전반을 지휘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 사퇴 후 혼란을 빠르게 잠재우고 총선 체제에 돌입하기위해 비대위 전환 ‘속도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당 안팎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을 위해 희생한 이미지가 있는 원 장관이나 나 전 의원이 차기를 맡아 주는 게 국민들도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한 장관은 아직 당 경험이 적기 때문에 비대위 보다는 선거대책위원장 등으로 중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김한길 위원장이나 다른 ‘윤심’(尹心·윤석열대통령 의중) 후보가 올 경우 대통령이 공천권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이라며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비대위 대신 윤 권한대행 체제로 당을 유지하면서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당을 조기 총선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는 방안도 있지만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당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날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사무총장 등 2기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들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직 당직자는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 대변인 등이다.

윤 권한대행은 우선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업무 연속성과 당 혼란 수습 등을 고려해 사의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비대위 전환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의 대규모 공백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당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당후사 VS 무책임한 사퇴

의원들은 김 대표의 사퇴를 두고 ‘당을 위한 결단’이라는 반응과 함께 당 지지율 하락에 ‘당연한 책임을 진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김 대표 사퇴론을 제기했던 하태경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제는 새로운 리더십을 조속히 구성해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는 당으로 혁신하자”고 주장했다.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던 성일종 의원도 “당이 위기에서 소생할 수 있도록 봄비를 뿌려줬다”며 “멋지고 훌륭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반면 공식 기자회견도 없는 갑작스런 ‘온라인’ 사퇴 발표에 당이 더 혼란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퇴진하더라도 당 체제를 건강하게 정리해주고 판을 만들어주고 하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 점에서 아쉽다”며 “우리한테 희망의 불씨를 남겨주고 가셨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사퇴하는 느낌이 아니다”라고 김 대표의 사퇴를 평가 절하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요구한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희생’ 요구가 뒤늦게 수용되면서 다음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와 친윤 핵심 의원이 희생한 만큼 다음 중진 희생은 공관위 단계에 가서 논의할 문제”라며 “당장은 당 수습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