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거래'를 재집권 시 추진할 대북 정책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매체 폴리티코의 13일(현지시간) 보도가 외교가의 관심을 불렀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대한 검증 수용을 요구하는 한편,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다른 형태의 일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토하는 구상의 하나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계정에 "익명 소식통들을 통해 북한 핵무기에 대한 내 관점이 완화됐다고 했는데, 이는 '지어낸 이야기'이자 허위정보"라며 "단 하나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핵 보유를 헌법에까지 명기한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제재 강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집착하면 대화 자체가 되지 않으니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돌리고 당분간 상황 관리에 치중하자는 취지다.
트럼프의 거부로 성사되진 못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주요 제재 해제'의 맞교환도 이런 구상의 한 '변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보유 중인 핵탄두와 핵무기 원료들을 그대로 보유한 채 제재 완화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폴리티코 보도가 현실화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정책에만 안보를 맡길 수 없다면서 자체 핵무장론 또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이 본격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향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과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 발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이 재선됐더라면 "한참 전에 합의를 성사시켰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에 대해 "터프하고 똑똑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긴 했지만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5년 1월까지인 바이든 행정부 1기 임기 안에 북미대화의 단절 및 한반도 긴장 상황을 유지하면서 트럼프 집권 이후에 외교적 기회의 창이 열리길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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