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뇌물죄 징역형 최경환의 경제 특강?…학부모들 반발 목소리

경북 경산시에서 내년 4·10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역 고교를 돌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특강에 나섰다. 하지만 내년부터 투표권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것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뇌물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최 전 부총리가 경제특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번 특강의 경우 최 전 부총리측이 먼저 학교측에 제안을해 진행했는데, 이를 두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뉴스1

◆학부모들 “뇌물 받은 경제전문가의 강연 불만”

 

13일 경북 경산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최 전 부총리의 특강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11일 경산여고에서 ‘경제를 알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특강에서부터 12일 경산고에서 ‘수험생을 위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경제 특강’, 13일 하양여고에서 고3 학생들을 만나 경제강의를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학생들의 수업 시간에 진행돼 사실상 학생들의 참여가 강제됐다. 그는 이 강의에서 자신에 대한 소개와 함께 대학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시장과 경쟁, 제테크 등에 대해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최 전 부총리의 강연에 참석한 경산고의 한 학생은 “(최 전 부총리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인 2004년부터 국회의원을 했었다는 자기 소개와 수요와 공급, MZ시대에 대한 이야기, 경산 공단과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관계자가 현수막에 걸려 있는 최 전 부총리에 대한 경력을 소개했다고 한다.

 

최 전 부총리는 경산지역을 대표하는 경제 전문가다. 그는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 등을 거쳤고,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계 실세로 불리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역임했다.

문제는 최 전 부총리의 전력이다. 경제에 관한 강의를 진행한 그는 과거 예산증액을 도와준 대가로 국가정보원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이 확정됐고 그 때문에 의원직까지 박탈된 상태다.

 

최 전 부총리는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1억원을 뇌물로 받았다.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이 472억원 예산증액에 대한 감사 표시로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1억원을 조성한 뒤, 이헌수 기조실장을 시켜 돈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부총리의 경제강의를 들은 한 경산고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에게 최 전 부총리의 강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아무리 경제 부총리를 했었다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뇌물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사가 어떻게 경제강의를 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강의를 허락한 학교도 이해가 안 된다”며 “학교와 교육청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북 경산 지역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제특강. 뉴시스

◆뒤늦게 문제제기한 교육청, 일각선 선거법 위반 의견도

 

이와 관련해 교육청과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교육청 및 경산교육지원청이 경제강의를 위해 전문가인 최 전 부총리측에 강의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최 전 부총리 측이 경산지역 내 각 학교 관계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강연을 하겠다는 입장을 알렸고, 이후 학교 측의 승인으로 강연이 성사됐다. 또 이 과정에서 교육청도 선관위로부터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논란을 예상한 교육청이 뒤늦게 각 학교에 최 전 부총리의 특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알렸고, 최 전 부총리의 강연은 13일 하양여고를 끝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최 전 부총리가 진행한 특강은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는 2024년 4월 총선에서 선거권을 가진다.

 

경산 지역의 한 교사는 “강연에서는 정치적인 언급은 없고 경제강의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당장 내년부터 투표권을 가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인 만큼 교사들 사이에서도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최 전 부총리가 경제특강을 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경제특강을 진행한 학교와 교육청측도 선관위에 최 전 부총리의 경제 관련 문의를 했고, 지역 선관위에선 선거관련 내용이 아닐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시장 찾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경제 강의가 선거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부터 선거가 가능한 고3 학생들의 경우 유권자로 볼수 있어 반복적으로 학생들을 모아 강연을 하면 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를 이끌고 있는 한경주 법무법인 윈스 변호사는 “내용상 경제강연이지만 간접적으로 자신에 대한 소개를 포함했고 3차례 반복적으로 강연을 한 것은 사실상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선거와 무관한 강연의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선거운동기간 위반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선관위는 과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강연료 논란을 촉발시켰던 ‘무료 강연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선거와 무관하게 교육 관련 주제로 무료강의 한 것만으로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계속·반복적으로 강의를 하거나 강의 내용이 선거운동에 이르는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최 전 부총리측이 진행한 총 3차례의 강연을 두고 이를 반복적인 강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 전 부총리의 입장을 듣기 위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최 전 부총리는 답을 하지 않았다.

 

경산시에서 제17대 국회부터 내리 4선을 한 최 전 부총리는 이번 총선에 뜻을 두고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최 전 부총리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의원직이 상실됐고, 국정농단 사태로 출당 조치된 이후 복당이 안 된 상태다. 그는 지난달 경북 경산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경산시장에 방문하는 등 내년 총선 출마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