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응답률 10년 만에 최고… 대면수업으로 신체폭력 증가

올해 학교폭력 피해 또는 가해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의 비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대면 수업이 늘면서 사이버폭력은 줄고, 신체폭력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피해 응답률이 1.9%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교육부는 매년 4∼5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전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의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을 묻는 학교폭력 실태 조사(1차)를 벌인다. 올해 조사는 자체조사를 추진한 전북을 제외한 전국 16개 교육청과 함께 진행됐으며, 조사 대상 학생(384만명) 중 82.6%인 317만명이 참여했다.

 

올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3년(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9년 1.6%였던 피해 응답률은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면서 2020년 0.9%까지 떨어졌다가 등교가 늘면서 3년 연속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3.9%, 중학교 1.3%, 고등학교 0.4%로 특히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높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 시기에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학교폭력이 청문회 쟁점이 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며 “실태조사는 인식도 조사에 가깝기 때문에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 피해 응답률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드라마 ‘더글로리’,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피해유형(복수응답)은 언어폭력 37.1%, 신체폭력 17.3%, 집단따돌림 15.1%, 강요 7.8%, 사이버폭력 6.9% 등의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 경험은 4.7%포인트, 3%포인트 줄었으나 신체폭력 경험은 2.7%포인트 늘었다. 대면 수업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1년 사이에 4.3%에 5.2%로 늘었다. 신체폭력은 초등학교 18.2%, 중학교 15.7%, 고등학교 12.3%로 학교급이 낮을수록 피해 경험이 많았고,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 성폭력은 학교급이 높을수록 피해 응답률이 높았다. 

피해 사실을 알린 대상은 보호자나 친척 36.8%, 학교 선생님 30%, 친구, 선·후배 14.9% 등의 순이었다. 7.6%는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9%, 중학교 5.6%, 고등학교 4.9%로 특히 초등학생의 미신고율이 높았다. 피해를 알리지 않은 이유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8.7%),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21.4%), ‘스스로 해결하려고’(20%) 등이 꼽혔다.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지 몰라서’란 답도 3.2%였다.

 

학교폭력 가해 응답률도 1.0%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늘며 2013년(1.1%)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2.2%, 중학교 0.6%, 고등학교 0.1%로 초등학교의 증가 폭 0.9%포인트)이 컸다. 가해 이유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4.8%로 가장 많았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비율은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어난 4.6%(초등학교 7.9%, 중학교 4.4%, 고등학교 1.2%)로 집계됐다. 33.9%는 목격 후 ‘피해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도와줬다’고 답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30.7%에 달했다.

 

교육부는 올해 4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에게는 책임을 지게 하는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전담조사관에게 맡기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향후 학교 현장의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내실 있게 지원하고, 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사회·정서 지원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관련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면 내년을 기점으로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의 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