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
실제로는 꼭 식사를 함께하자는 뜻보다는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한국식 인사다. 외국인이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이런 ‘한국식’을 소개한 생활 가이드북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간되고 있다.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겐 ‘실전 교과서’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울산에 있는 현지식 맛집, 울산 태화강국가정원·부산 해운대 등 인근 관광지를 비롯한 일상생활정보, 질병·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이나 병원, 약국 등의 위치·연락처도 포함됐다.
가이드북은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3500여명을 위해 협력사 담당 조직인 동반성장실에서 베트남어, 우즈베키스탄어, 인도네시아어, 스리랑카어, 태국어, 영어 등 6개국 언어로 만들었다. 비상연락망과 주요 공공시설 약도 등도 함께 담겼다.
특히 생산현장에서 원활하고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조선업 관련 기초 단어와 회화를 수록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생산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장비와 공구, 자재의 명칭, 한국인 근로자들과의 일상·업무 소통에 필요한 단어와 예문이 부록에 세세히 담겼다. HD현대중공업은 이 책자를 3000여부 발간해 외국인 근로자가 재직 중인 사내 협력사 100여곳에 배포했다.
전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충북 음성군은 ‘음성생활가이드북’을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만들었다. 군청 민원창구에도 민원서식 작성방법을 4개 언어로 설명한 해석본을 비치했다. 외국인 민원인을 위한 통역관 지정, 인공지능(AI) 통·번역기 설치 등 준비를 갖췄다. 경남도는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현지 적응 가이드북’를 펴냈다. 경남의 기본 현황과 농작업 안전을 위한 기초지식, 농업용어, 일상생활 대화집 등을 담은 내용이다. 영어와 베트남어, 라오스어, 캄보디아어로 제작했다.
충남 당진시가 최근 만든 외국인 근로자 가이드북은 ‘건강’에 포커스를 맞춘 게 특징이다. 응급상황이나 산업재해 시 처리절차, 지역별 병원리스트, 증상별 외국인 근로자가 자주 활용할 수 있는 한국어 표현 등이 담겨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국적별 규모를 고려해 영어, 캄보디아어, 베트남어, 태국어, 러시아어 등 6개 국어로 제작됐다.
정부 차원에서도 가이드북을 제작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3월까지 ‘한파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대책’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17개 언어로 예방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는 코로나 기간인 2020년 39만1000여명, 2021년 34만3000여명으로 줄었다. 올해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10월 현재 41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