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먹자골목이 생긴다고 끝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상권이 필요하고, 전문적인 기획·관리자가 절실하다.”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와 수도권 유출 등으로 지방 중소도시의 소멸 위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6년차 지역매니지먼트 전문기획사 ㈜지방의 조권능(40) 대표는 지속성장 가능한 지방의 상권 형성을 위해 전문적인 상권 기획·관리가 필수이고, 관련 기금을 통해 사업을 밀도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런 내용이 담긴 ‘지역상권법’(지역상권 상생·활성화 법률) 개정안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상권 활성화로 소멸 막아야”
◆공주·군산 등 상권활성화 ‘안간힘’
이미 상당수 지역에선 상권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실행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꼽은 주요 상권활성화지역 우수 사례를 보면 △로컬과 상생으로 빈 점포를 개선한 공주 △부처 협력으로 지역 특색을 살린 군산 △자자체·상인이 지속 협력하는 진주 △지역 캐릭터로 활력을 살린 구리 △방치된 조선업 공장을 재탄생시킨 부산 등이다.
공주는 지방의 크리에이터 등이 협력해 2020년 9월 83개에 달하던 빈 점포를 올해 7월 16개로 대폭 줄였다. 마을호텔을 중심으로 상권을 활성화했더니 청년 창업이 늘어 점포를 채워나간 것이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 5인이 4월에 창업한 요새협동조합은 여행자센터 위탁 운영과 여행 책자·상품 제작으로 9월까지 매출 2억원을 달성했다.
정부 부처가 시설·콘텐츠를 지원한 군산비어포트는 지역 특색을 살린 거점시설로 자리 잡았다. 창업자 발굴, 포장패키지 지원, 수제맥주 만들기 체험, 맥주 축제 등을 지원한다. 철도공사 등이 협력해 군산의 옛 철길을 활용한 친환경 생선건조장도 생겼고, 근현대건물 등을 보전·개조한 청년 창업 거점 공간 5곳도 신설됐다. 구리는 대표 캐릭터인 와구리(와라 구리로)를 개발해 상권 활성화에 불을 지폈고, 부산 영도는 조선업 및 주변 산업 쇠퇴로 방치된 오래된 공장지대에 지역 크리에이터의 작업 및 협업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기획·관리 전문인력 확대해야”
지역상권 활성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온다.
어반플레이, 더웨이브컴퍼니, ㈜지방, 퍼즐랩, RTBP 같은 전문회사와 로컬크리에이터 등이 상권 기획·관리에 참여하지만 법적 지위가 불안해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11년차 도시콘텐츠 전문기획사 어반플레이 홍주석(40) 대표는 “과거엔 상인회가 상권을 기획하다 보니 이익에만 집중해 지속가능한 상권 형성이 쉽지 않았다”며 “지역 상권 개발에 전문성이 더해지면 인력과 투자자금이 지방으로 모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조권능 대표도 “일반적인 먹자골목 형태가 아닌 지속가능한 골목상권을 만들어야 스타벅스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고, 먹자골목에 안주하거나 슬럼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반플레이와 ㈜지방은 최근 젊은층에 인기인 서울 연남·연희동, 군산 상권 개발에 각각 참여했다.
지역상권기획자와 지역상권관리자를 도입해 지방 소멸 문제 대응력을 향상시키자는 각계각층 제안에 따라 지역상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지방 중소도시 소멸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개정안이 제때 처리돼 중소도시 주민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역상권법 개정안은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법안소위에서 재논의가 이뤄진 뒤 계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