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36)를 팬들은 이렇게 부른다. 김준수의 정체성과 맞물려 잘 어울리는 애칭이다. 그는 2003년 말 데뷔 후 인기 절정의 5인조 그룹이었던 ‘동방신기’ 멤버였다. 당시 활동명이 시아준수다. 하지만 2009년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분쟁으로 탈퇴하고 방송 출연에도 제동이 걸리는 등 가수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듬해 ‘모차르트!’(모차르트 역)로 낯선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 김준수는 2012년 ‘엘리자벳’(토드 역) 등을 거쳐 2014년 ‘드라큘라’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아무리 탐나는 작품이 있어도 항상 ‘드라큘라’가 최우선이었어요. 그전 작품들은 열심히만 했다면 ‘드라큘라’는 창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서 했던 작품입니다. ‘드라큘라’를 계기로 관객들도 저를 가수 출신이 아닌 그냥 뮤지컬 배우로 생각해주셨고, 저 자신도 뮤지컬 배우라는 소개가 익숙해졌어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 톱스타’ 김준수는 지난 6일 다섯 번째 시즌으로 개막한 ‘드라큘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내비쳤다. 자신을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하면서. ‘드라큘라’는 1897년 출간된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에서 2001년 초연된 이 작품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귀에 착 감기는 음악과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초연 후 네 번째 시즌 만에 40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올해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유일하게 전 시즌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작품 흥행을 이끈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어느덧 10주년을 맞고, 제가 다섯 시즌째 드라큘라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드라큘라’의 대표 넘버(노래) 중 하나인 ‘그녀(She)’의 가사에도 김준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원래는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400년 전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는 대사가 있는데 “대사보다 노래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그의 제안을 프랭크 와일드혼이 받아들인 것이다. 김준수는 그때를 떠올리며 “뿌듯했다”고 했다.
그는 원작 속 설정에 맞게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드라큘라 백작 역 배우가 대부분 40∼50대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김준수의 드라큘라’도 다른 분위기를 풍길 것임을 시사했다.
“(해외 배우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어린 편이지만 이제야 원래 드라큘라의 나이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네 번째 시즌)까지 패기 넘치고 다혈질인 드라큘라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10년 뒤에도 하게 되면 더 어른스러운 드라큘라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공연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3월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