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큘’로 무대선 지 10년… 이젠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가 더 익숙”

뮤지컬 ‘드라큘라’ 다섯 번째 시즌 선보이는 김준수

‘동방신기’ 멤버 시아준수로 큰 인기
2009년 소속사와 분쟁으로 활동 제약
이후 낯선 뮤지컬 무대 도전 입지다져

초연부터 전시즌 주인공으로 열연
“탐나는 작품있어도 드라큘라 최우선
10년 이어온 빨간머리 이번이 마지막
이제는 좀 더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 보여주고 싶어”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36)를 팬들은 이렇게 부른다. 김준수의 정체성과 맞물려 잘 어울리는 애칭이다. 그는 2003년 말 데뷔 후 인기 절정의 5인조 그룹이었던 ‘동방신기’ 멤버였다. 당시 활동명이 시아준수다. 하지만 2009년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분쟁으로 탈퇴하고 방송 출연에도 제동이 걸리는 등 가수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듬해 ‘모차르트!’(모차르트 역)로 낯선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 김준수는 2012년 ‘엘리자벳’(토드 역) 등을 거쳐 2014년 ‘드라큘라’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아무리 탐나는 작품이 있어도 항상 ‘드라큘라’가 최우선이었어요. 그전 작품들은 열심히만 했다면 ‘드라큘라’는 창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서 했던 작품입니다. ‘드라큘라’를 계기로 관객들도 저를 가수 출신이 아닌 그냥 뮤지컬 배우로 생각해주셨고, 저 자신도 뮤지컬 배우라는 소개가 익숙해졌어요.”

인기 아이돌 그룹 가수에서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김준수에게 뮤지컬 ‘드라큘라’는 어떤 작품보다도 소중하다. ‘가수 출신’ 꼬리표가 붙지 않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게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디컴퍼니 제공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 톱스타’ 김준수는 지난 6일 다섯 번째 시즌으로 개막한 ‘드라큘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내비쳤다. 자신을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하면서. ‘드라큘라’는 1897년 출간된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에서 2001년 초연된 이 작품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귀에 착 감기는 음악과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초연 후 네 번째 시즌 만에 40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올해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유일하게 전 시즌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작품 흥행을 이끈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어느덧 10주년을 맞고, 제가 다섯 시즌째 드라큘라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가수 출신인데 (뮤지컬에 데뷔하자마자) 바로 주연을 꿰찬 게 감사하면서도 그만큼 ‘절대 실수하면 안 되고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정말 큰 실수 없이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니까 10주년을 기념하는 ‘드라큘라’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그러면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머리 드라큘라’는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김준수는 드라큘라 백작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하고 관객들이 환상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자신이 제안해 초연 때부터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몇 번 공연해보고 반응이 별로이면 관두려 했으나 관객들은 빨간 머리 드라큘라에 열광했다. “머리에서 매일 물이 빠져 수건과 베개를 버리게 되고, 새빨간색을 유지하려면 5일마다 염색해야 돼요. (사실) 이번부터 안 하려 했는데, 제작사에서 ‘관객들이 실망한다’고 만류해 ‘10주년이니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으로 이번까지 하기로 했어요.”(웃음)

그는 “여섯 번째 시즌에서도 드라큘라를 연기하게 된다면 빨간 머리는 아닐 것”이라며 빨간 머리 드라큘라를 보고 싶은 관객은 이번에 꼭 공연장에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수가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백작 역으로 열연하는 모습.

‘드라큘라’의 대표 넘버(노래) 중 하나인 ‘그녀(She)’의 가사에도 김준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원래는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400년 전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는 대사가 있는데 “대사보다 노래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그의 제안을 프랭크 와일드혼이 받아들인 것이다. 김준수는 그때를 떠올리며 “뿌듯했다”고 했다.

그는 원작 속 설정에 맞게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드라큘라 백작 역 배우가 대부분 40∼50대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김준수의 드라큘라’도 다른 분위기를 풍길 것임을 시사했다.

“(해외 배우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어린 편이지만 이제야 원래 드라큘라의 나이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네 번째 시즌)까지 패기 넘치고 다혈질인 드라큘라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10년 뒤에도 하게 되면 더 어른스러운 드라큘라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공연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3월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