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가상자산 확대 땐 거시 금융 안정성 저해 우려”

한·IMF, ‘디지털화폐’ 콘퍼런스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력 줄 수도”
공통의 규칙?규제 필요성 강조
추경호 “디지털화폐는 양날의 검
편리성 더해 신뢰 방안 강구해야”
금융위 “가상자산 투자 거래 많아
발행·유통 규제도 검토할 부분”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내외 가상자산(디지털화폐) 분야 전문가들이 “가상자산이 확대되면 거시 금융정책의 안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상자산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각국의 경제 리스크를 완화해 온 통화정책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공통의 규칙과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IMF는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디지털화폐: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을 주제로 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 정부와 IMF가 공동 콘퍼런스를 연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세 번째)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 다섯 번째) 등 세계 금융 전문가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한 ‘한·IMF 공동 국제 콘퍼런스’에 참여해 디지털 화폐의 미래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추진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기조연설자로 나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이 미국에서 자금세탁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점과 지난해 파산한 FTX 거래소 사태를 예로 들며 “가상자산 업계는 영광스러운 업적을 쌓아 올리지 못했고 아직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비트코인이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점을 들어 “가상자산이 확산하면 거시적인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각국의 통화 대신 가상자산을 쓴다면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가상자산은) 외환보유 한도와 같은 자금흐름 조치도 우회할 수 있다”며 “디지털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재정의 지속성을 제한할 수 있고 세금집행이 불안해지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통의 가상자산 규칙이 필요하고 현존 기술을 활용해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디지털화폐는 기존 금융·통화체계의 약점을 보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각국이 수차례 금융위기를 거치며 발전시켜 온 금융안정 시스템과 글로벌 위기대응체계를 흔들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적합한 규율의 틀 안에서 디지털 혁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정책과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디지털화폐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플랫폼의 신뢰와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공공부문 가상자산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4분기 중에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가 예정되어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 공동 국제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패널 토론에서 거래보다 투자목적의 거래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상자산은 투자 용도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가상자산 규제는 이용자보호, 자금세탁방지 위주로 이뤄지는데 가상자산 거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대 규제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이제까지 과대한 규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행, 유통에 대한 규제도 필요한데 우리가 검토해야 할 부분이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분야”라고 2단계 가상자산법에 대한 추가 논의를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15일에는 CBDC를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가 중앙은행의 역할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체아 세레이 캄보디아 국립은행 총재 등이 참여해 관련 정책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