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3622만명까지 감소”, 고만고만한 대책으론 반전 어렵다

통계청이 어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50년간 우리나라 총인구가 1550만명가량 급감하면서 3622만명대에서 멈추게 된다. 현재 총인구의 70%를 웃도는 생산연령(15∼64세)도 50년 후에는 절반 밑으로 추락한다. 0∼14세 유소년 인구는 6% 선으로 쪼그라들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0%에 육박하면서 극단적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인구 피라미드 형태가 현재 30∼50대가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항아리형에서 완전한 역삼각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최근 뉴욕타임스 등 세계 주요 언론 칼럼에 실릴 정도이니 이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1994년 독일 통일 후 극심한 혼란을 빚었던 옛 동독지역(0.77명)과 비슷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재앙 수준을 넘었다.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혼인 감소 추세로 볼 때 합계출산율 0.6명대 시대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청년층이 2세 갖기를 기피하는 핵심 원인이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불안인 만큼 이를 해소할 제대로 된 지원책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높은 주택가격과 같은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개혁을 동시에 한다면 출산율을 견인할 수 있다고 제안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핵심을 잘 짚었다.

하지만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을 받다 보니 무기력증에 빠져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 정도다.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패배주의적 사고는 금물이다. 그야말로 누구도 생각 못한 특단의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2006년부터 쏟아부은 380조원이 적절한 곳에 투입됐는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일본은 최근 2025년부터 세 자녀 이상인 가족의 모든 자녀에게 대학무상교육을 하기로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대책이 아닌 고만고만한 지원만을 한다면 출산율 반전은 백년하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