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물가 안정에 한은 “긴축기조 유지”

“목표 물가에 수렴할 때 까지 장기간 지속”
국내 성장·반도체주↑… 산타랠리 기대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로 해석되면서 우리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당분간 완화(기준금리 인하) 기조 없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뜻을 밝혔다.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우선 물가 안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물가 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호한 증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금리 동결 및 내년도 금리인하 시사의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33.52포인트 (1.34%) 오른 2544.18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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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의결문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다. 한은은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8월(올해 3.5%, 내년 2.4%)보다 높여 잡은 3.6%, 2.6%로 수정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당초 전망보다 웃도는 이유로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비용 압력 파급 영향을 들었다. 이와 함께 8월 이후 잇따라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며 생겨난 공급 충격 등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FOMC 회의 결과를 언급하며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한은이) 기계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인하와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에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가 1% 넘게 상승했고 성장주와 반도체주 모두 호조를 보였다. 금리 인하를 계기로 경기 활성화가 점쳐지면서 카카오(+6.68%), 네이버(+4.45%) 등 성장주 위주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성장주는 미래 가치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금리와 경기 전망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삼성전자(+0.41%)와 SK하이닉스(+4.19%) 등 반도체주는 이날 장중 연중 최고가를 찍었다. 다만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소폭 상승 추이를 보였다.

증권가는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인해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시장) 과열에 대해 대비는 하되 미국 통화정책발 메시지는 긍정적”이라며 “달러 약세를 동반한 환율 하락은 연말연초 위험자산 시장을 들여다보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