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워싱턴 연준 본부 기자회견장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순간 시장이 요동쳤다. 시장이 그토록 기대하던 ‘세계 경제 대통령’의 ‘연준(Fed) 피봇(pivot·입장 선회)’이 마침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긴축기조를 끌어 왔고, 인플레이션(물가)을 잡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수십번도 넘게 강조하며 ‘긴축 사이클’을 놓지 않았던 파월 의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그 정점을 인정했다.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FOMC 참석 위원들의 관점”이라며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는 더욱 낙관적이었다.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은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금리 5.25∼5.50%를 기준으로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수준이다.
연준은 경제전망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4%, 2025년엔 2.1%로 낮아지고, 2026년에는 목표치인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지난 9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1.4%로 전망했다.
이제 관심은 과연 연준이 내년 어느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느냐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준이 내년 1분기 말인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69.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리는 2분기 시작과 동시의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내년 6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클리는 이날 메모에서 이같이 전하고 인하 폭은 25bp(1bp=0.01%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바클리는 지금까지는 연준이 내년 12월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칠 물가 이외의 변수는 실업률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표는 견조하다. 미 노동부는 지난 8일 11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보다 19만9000건 늘었다고 밝혔다. 10월 증가 폭 15만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실업률은 3.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이날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실업률이 많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물가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현재 물가수준은 여전히 높고, 물가상승 폭 둔화가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안전판을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