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공세에 직면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폭격과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전염병 창궐이라는 또 다른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진 어린이만큼이나 많은 어린이가 질병으로 사망하는 참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최근 10여 일간 어린이 설사증세 66% 급증, 6만 건 육박
이 같은 위기는 이스라엘의 포위 속에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하고 식생활과 주거 등 생활 여건이 극도로 열악해지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난민촌의 피란민이 수용 능력의 4~5배에 달한 가운데, 많은 이들이 화장실이나 목욕할 물을 거의 이용하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면서 텐트가 찢어지는 바람에 피란민들이 추운 날씨에 젖은 땅에서 웅크린 채 밤을 지새워야 했다.
전쟁통에 하수도가 파괴돼 물이 오염되면서 아이들 분유에 탈 물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의 인도주의 보건센터 소장인 폴 슈피겔 박사는 깨끗한 물을 제공할 더 많은 구호 트럭이 들어오지 않는 한 당장이라도 설사가 창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린이들이 극심한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급성 영양실조에 걸리면 여러 질병에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 남부로 피란을 온 이들 중 83%가 충분한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말부터 1주일간 이어진 일시 휴전 기간 하루 200대에 달하던 구호 트럭은 최근 100대가량으로 줄어든 형편이다.
◇ 의료진 및 보건인력 300여명 사망…"질병 확산 감당 불가"
그러나 질병에 대응해야 할 현지 의료체계는 이미 붕괴 직전이다.
WHO에 따르면 가자지구 36개 병원 중 21개가 이미 폐쇄됐고, 11개는 부분적으로, 4개는 최소한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병원마다 전기는 물론 항생제와 백신 등 의약품도 부족하다.
지난 7일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 트랄렝 모포켕은 성명을 내고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한 공격이 최소 364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도 전쟁 이후 직원 135명이 사망한 데 따라 전쟁 전 운영하던 28개 1차 의료기관의 수를 9개로 줄여야 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까지 300여 명의 보건부 직원과 의료진이 사망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코디네이터 마리-오레 페로는 의료 봉사단체가 대피령에 따라 이미 열흘 전에 칸 유니스를 떠났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전염병이 가자지구 전역에 창궐할 것이고, 보건부든 구호단체든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수석 대변인은 "질병의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시작됐다"며 "이제는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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