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핸드백에 사탕 하나쯤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제 밤 퇴근 길이었다. “혹시 사탕 있으세요?” 서울 강남과 수원 광교를 순환하는 1570번 광역버스다. 앞좌석 중년 남성이 다짜고짜 앞쪽 여성한테 물었다. 뒤돌아보는 여성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핸드백을 뒤졌다. “여기요!” 다른 여성이 빨랐다. 아까 그 여성도 바로 사탕을 찾았다. 사탕은 중년의 옆좌석 청년한테 건네졌다. 보일락말락하던 앞자리 청년 뒷머리가 뚜렷해졌다. 저혈당증을 앓는 청년이 약을 챙지지 못해 빚어진 상황이다. “괜찮으세요?” 중년 남성은 먼저 내리면서도 걱정까지 챙겨가지는 못했다.
지난해부터 출근길 신분당선 한 역 3-1 승강장에서 늘 만나는 가족이 있다. 30대 부부와 유모차에 탄 서너살짜리 아이다. 강남역 직장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부부인 듯하다. 30분간 지켜보는 아이는 늘 태블릿PC로 영어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아이가 유모차를 버리고 부모 손을 잡고 걸어다녔다. 아이가 전동차에서 부모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어르신들이 손주 같은 아이를 어떻게든지 노약자석에 앉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