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 의료·양로 혜택과 요양 지원 일부를 제공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강행 처리했다. 법안 이름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황당하다. 이미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참여자는 별도 법률로 유공자 예우를 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유신 반대 투쟁, 6월 민주항쟁, 부마민주항쟁 등에 참여한 사람들도 유공자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에 따르면 대략 911명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진압 경찰 7명이 사망한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을 비롯해 북한과의 연계 의혹을 받는 1979년 지하투쟁조직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 등의 당사자도 유공자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다수당의 입법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이 법은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이 여러 번 입법을 시도했다. 2021년 민주화 유공자의 배우자·자녀 등에게 교육·취업·대출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넣었다가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에 발을 뺐다. 문제는 법안 자체가 모순투성이라는 점이다. 대상자 명단과 공적 자체가 ‘깜깜이’다. 대법원이 2020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과 공적 사항을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탓이다. 이를 근거로 국가기록원이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보훈부가 심사위원을 꾸려 대상자를 정하고 심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보훈 담당부처가 명단과 공적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을 알고는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박 장관은 “어떤 사건을 민주유공 사건으로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고, 인정기준·범위가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는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가짜유공자 양산법’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