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출산·고령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쁘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국내 연구기관이 전망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중위 추계’를 기준으로 낙관적(고위 추계)·비관적(저위 추계)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하는데, 지난해 결과를 보면 비관적 시나리오보다 결과가 더 안 좋았다.

 

지난주 발표된 ‘2022년∼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제시한 전망치 역시 실제로 더 나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단연 ‘최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인구, 정부 ‘비관적 전망’보다 더 나빠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2060년 인구추계’에서 2022년 합계출산율로 중위 추계 1.37명, 저위 추계 1.00명을 각각 전망했다. ‘2015∼2065년 인구추계’에서는 2022년 출산율을 중위 추계 1.26명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저위 추계에서는 1.09명으로 오히려 높여 잡았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돼 가장 저위 추계를 한참 밑돌았다. 마찬가지로 출생아 수 또한 최악의 전망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2010~2060년 인구추계에서 예상한 2022년 출생아 수는 중위 추계 45만명, 저위 추계 32만명이었다. 2015~2065년 인구추계에서는 2022년 중위 추계를 41만1000명 이전 추계보다 하향 조정하고, 저위 추계는 35만10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는 24만6000명에 그쳤다. 2010∼2060년, 2015∼2065년 인구 추계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각각 8만명, 11만명가량 밑돈다.

 

반대로 고령화 추세는 예상보다 급속히 진행 중이다. 2010~2060년 인구추계에서 2022년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저위 추계 17.1%, 중위 추계 17.2%, 고위 추계 17.3%로 각각 예측됐다. 2015~2065년 인구추계에서는 2022년의 65세 이상 비중으로 중위·저위 17.2%, 고위 17.1%를 내다봤다.

한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해 65세 이상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4%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고위추계치보다 더 빨리 진행된 셈이다.

 

출산율 저점 또한 전망치보다 훨씬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010~2060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출산율 최저점을 중위 추계 기준 2011년 1.20명으로, 저위 추계 기준으로는 2026년 0.99명으로 내다봤다.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에서도 중위 추계 기준 2016년 출산율이 1.18명, 저위 추계 기준 2025년 1.07명을 최저점으로 전망했다.

 

이번 2022~2072년 인구추계에서도 중위 저점으로는 2025년 0.65명, 저위 저점으로는 2026년 0.59명을 각각 제시했다.

 

이에 비춰봤을 때 앞서 “출산율이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인다.

북적이는 노인 일자리 박람회. 연합뉴스

◆압도적 저출산·고령화…2072년 노인이 절반

 

이처럼 예상보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는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더 극적이다. 이번 통계청의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와 UN 세계인구전망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연령 구성·부양비·출산율·기대수명·인구성장률 등 모든 부분에서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OECD 38개국 기준으로, 한국의 출산율은 2022년(0.78명)부터 2072년(1.08명)까지 50년간 최하위다. 출산율 1.0명을 밑도는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은 2022년 71.1%로 38개국 중 가장 높지만, 2072년에는 45.8%로 유일하게 50%를 밑돌게 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72년 47.7%까지 치솟으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게 된다. 2072년 한국을 제외하고 고령자 비중 40%를 웃도는 국가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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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은 2072년 91.1세로 가장 오래 사는 국가가 된다. 한국에 이어 일본(90.9세), 이탈리아·스위스(90.3세), 스페인(90.0세)까지 5개국만 90세 문턱을 넘을 국가로 꼽혔다.

 

그 결과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2022년 40.6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서 2072년 104.2명으로 1위로 뛰어오른다.

 

2067~2072년 인구성장률에서는 우리나라가 -1.3%로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대 수치는 한국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