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전국 첫 학생인권조례 폐지

충남도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하고 충남교육감에게 폐지 시행을 요구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서울·경기·인천·광주·충남·전북·제주 등 7곳이다.

 

이번 의결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17일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있었던 도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됐다.

 

박 의원은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성(性)적지향과 정체성, 임신·출산과 관련한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고, 학생의 권리만 부각하고 책임을 외면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충남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자유권·평등권·참여권·교육복지권 등을 보호받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심의기구로 충남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폐지안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는 입장문을 내고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과 비차별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 교육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행정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도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하면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해야 하고,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지난 15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역사 앞에 부끄러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도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를 요구받은 도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의결사항이 확정된다.

 

충남도의회 의석수는 국민의힘 34명, 더불어민주당 12명, 무소속 1명 47명이다. 폐지안은 44명이 출석해 찬성 31표. 반대 13표로 가결됐다.

 

폐지안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의결에 앞서 대전지법이 내년 1월 18일까지 주민 청구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정지한 만큼 폐지안 상정을 보류해달라고 의장에게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도 민주당 의원 6명이 나서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며 폐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일부 조항만 개정하자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의원 2명도 교권붕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필요하다고 반박 토론을 했고, 표결에서 폐지가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