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연합훈련에서 핵 작전 시나리오를 함께 훈련하고 내년 중반까지 핵전략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공표한 ‘워싱턴선언’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달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이달 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 뒤,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핵과 관련한 민감 정보를 양국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또 보안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핵위기 시에 협의 절차 및 체계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양국 정상 간에 보안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할 것인지 이런 문제들이 망라해서 다 기술이 될 것”이라고 핵전략 기획과 운용 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김 차장은 특히 “한·미 간 핵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NCG가 두 차례 열렸다”면서 “내년 6월 회의로 준비형 임무를 띤 NCG는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그런 의미에 내년 6월 정도를 확장억제 체제 구축을 완성하는 목표 시점으로 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반도를 하나의 전구(戰區·독자적으로 맡아서 전투를 수행하는 구역)로 하는 한·미 연합훈련에서 핵 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된 적은 없었다.
김 차장은 미국의 핵전력 및 한국의 비핵전력 결합 문제와 관련, “공동 작전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핵전력과 비핵전력의 합치 및 운용 개념에 대해서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장억제의 강화와 맞물려서 체계적으로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이날 공동언론성명을 통해 “NCG 대표들은 2024년 전반기 NCG 임무 계획과 향후 주요 이벤트를 승인했고, 신속한 방식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했다”면서 “NCG 대표들은 NCG의 과업 및 여타 노력의 진전사항을 양국 대통령에게 각각 보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3차 회의를 내년 여름 한국에서 개최할 것이라는 내용도 성명에 명시했다.
김 차장은 “한·미 간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가 구비되는 동시에, 일본을 포함한 호주나 인도태평양 지역 다른 국가들도 북한을 비롯한 역내 핵 위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양자 차원서 한·미가 확장억제를 운용하는 것과 별개로 일본을 포함 다른 역내 국가들과 함께 다수가 별도의 확장억제 대화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NCG 회의에는 한국과 미국의 대표로 각각 김 차장과 마허 비타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국방정책 조정관 등 NSC 인사를 포함해 한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 한·미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주한미군사령부, 미 전략사령부,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한·미 정보기관까지 6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