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위세를 떨친 한파와 폭설로 전국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이 차질을 빚었고, 도로와 국립공원 탐방로 곳곳이 통제돼 시민 불편이 컸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한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계획은 총 470편(사전 비운항 편수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선 도착 8편, 국내선 출발 8편 등 모두 16편이 결항했다. 국내선 도착 75편과 국내선 출발 85편, 국제선 도착 2편, 국제선 출발 2편 등 164편이 지연됐다. 청주공항에는 활주로 결빙으로 항공기 운항이 지연돼 한때 386명의 체류객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서해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인천과 섬을 잇는 모든 여객선이 운항을 멈췄다. 인천 먼바다에는 이날 오전 2∼4m의 높은 파도가 일고,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인천∼백령도 등 7개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9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전남에서도 섬을 오가는 53개 항로 83척의 여객선이 전면 결항했다. 전북에서는 5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제한됐다. 전북 등 전국 곳곳의 국도와 지방도, 무등산 등 국립공원도 통제됐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8.5m를 기록한 인천에서는 강한 바람이 몰아쳐 옥상 구조물이 날아가는 등 신고가 잇따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정오까지 강풍 피해 신고 30건이 접수됐다.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외벽 마감재가 강한 바람에 떨어져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했고, 남동구 간석동의 한 건물 옥상에 있던 비닐하우스는 강풍에 날아갔다.
전날 오후 10시10분엔 천안아산역에서 광명역을 향해 달리던 KTX 산천 열차 외부 유리창에 일부 금이 가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객실 유리가 내·외부 이중 구조로 돼 있어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열차엔 승객 788명이 탑승 중이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운행 중 튀어 오른 자갈이 한파로 약해진 외부 창문을 때리며 금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이 내려 도로가 얼어붙으며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전날 오전 7시47분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방향 상남6터널 인근에서 차량 5대 간 연쇄 추돌 사고와 차량 4대 간 단독 또는 추돌 사고가 일어나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 경기 안성에서는 양성면 노곡리 82번 지방도 양성 방향 도로에서 차량 15대가 얽힌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오전 4시엔 갑작스러운 한파로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11시간 넘게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약 500가구 입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24분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일대 영화관 1곳을 포함한 1360여가구가 정전됐다.
17일 오전 11시10분 전북 무주군 안성면의 한 임야에서는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경증 치매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신고는 하루 전 접수됐으며, 당시 전북 지역에는 대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