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역이 직접 인구감소 대책 추진… 정부, 종합지원

정부 첫 ‘인구감소 대응 기본계획’ 수립
행안부 등 16개 부처 참여 범정부 계획
기존 하향식 아닌 ‘상향식’ 대책에 눈길
일자리·정주여건·생활인구 등 ‘3대 전략’
연 1조원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개선
대한상의와 ‘2023 지역경제 포럼’ 개최
이상민 장관 “지역주도 성장 적극 지원”

급격한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면 정부 부처들이 이를 지원하는 종합계획이 처음으로 수립됐다. 그간 정책 결정 과정에서 흔히 쓰인 하향식(톱다운)이 아닌 상향식(바텀업) 대책이어서 주목된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16개 부처 합동으로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계획은 지방이 먼저 주도적으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윤석열정부의 지방시대 기조에 따라 89개 인구감소 지역과 이를 관할하는 11개 시·도가 상향식으로 수립한 기본계획을 종합한 인구감소 대응 관련 최초의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8일 경기 시흥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행안부와 대한상공회의소 합동으로 열린 ‘지역경제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계획은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산업 진흥 △매력적인 정주 여건 조성 지원 △생활인구 유입·활성화 도모의 3대 전략과 16대 추진과제, 43개 실천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인구감소 지역이 지역별·산업별 맞춤형 일자리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과 권역별 스마트양식 등으로 미래 농수산업 육성에도 힘쓴다. 지역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청년친화형 산업단지 공간을 조성하고, 유망기업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추진한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투자유치환경 개선사업과 컨설팅도 제공한다.

 

매력적인 정주 여건 지원 전략도 제시했다. 내년부터 매년 인구감소 지역 등 10곳 내외를 선정, 주거·돌봄·일자리 복합 주거 거점이 될 ‘지역활력타운’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시범 선정된 7개 사업은 지역개발·주택(국토교통부)과 소멸대응기금(행안부), 돌봄(보건복지부), 일자리(중소벤처기업부), 체육센터(문화체육관광부), 농어촌 지원(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학교복합시설(교육부) 등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열린 행정안전부-대한상의 공동 주최 ‘2023 지역경제 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나아가 생활인구 유입과 활성화를 도모한다. 올해 말까지 7개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시범·산정하고, 내년부터 89개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제공할 예정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자가 기부한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역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방문·체험형 답례품 발굴을 지원한다. 1인당 연간 기부 상한액 상향 등 다양한 우대방안도 검토할 생각이다. 우수 외국인력 유치를 위해 지역특화 비자를 발급하고, 비전문인력의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2배로 상향할 방침이다.

 

이 같은 3대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도 강화한다. 우수한 사업을 발굴해 성과를 창출한 지역이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더 많이 배분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해당 기금을 내년 1월 조성할 ‘지역활성화 투자펀드’에도 출자해 연 2조~3조원의 투자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맞춤형 특례도 지원한다. 행안부는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성과평가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경기 시흥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경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지역경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부는 지역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역 주도 성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지금은 바텀업을 실천할 때다. 민간이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며 “대한상의도 내년에 지역의 이해관계자가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